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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을 생각한다> 들고 세상밖으로 나온 김용철 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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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성 폭로는 야사로 남을 것이다"
"불편한 이야기들이지, 나이 50이 넘었는데, 무슨 낙을 보겠다고…."
김용철(53) 변호사. 그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 이번엔 두툼한 책 한권을 들었다. 그는 스스로 고백서가 됐든, 백서가 됐든 상관없다고 했다.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라는 책 제목만 봐선 어찌 밋밋하다. 48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 속에 담겨진 이른바 삼성사태의 전말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황제식 경영과 그들만의 생생한 생활 모습, 일등주의 삼성의 또다른 모습 등을 볼때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삼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왜 이 책을 썼을까. 아직도 그에겐 세상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은 듯했다. 이미 한국사회의 기득권층이라는 검찰과 삼성, 일부 보수언론 등은 그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놓았고, 그는 이번 책에서 실제 이름을 직접 거론해가며 그들의 위선과 허상에 날카로운 메스를 갖다댔다.
'(책에 대해) 당사자들이 명예훼손 등의 소송을 걸어오면 어떻게 하나'라고 묻자, 김 변호사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분들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증오나 흠집을 내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소송 등을 걸어온다면) 내가 감당해야할 부분 아니냐"고 말했다.
대도 조세형까지 데려오는 이건희 전 회장의 인재욕심
이건희 전 회장의 전용기 이야기는 이 전 회장의 외부인재 영입 욕심의 유난스러움을 강조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었다. 김 변호사는 책에서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려는 경우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목적때문인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경쟁사인 LG의 A급 엔지니어를 빼오라는 지시부터, 정부부처 관료 중 뛰어난 엘리트를 뽑아오라는 지시와 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천재급 인재를 뽑으라는 지시도 있었다는 것. 특히 과거 온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대도(大盜) 조세형을 보안업체인 에스원에서 뽑아 쓰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실제로 에스원은 지난 1998년 11월 조세형을 이사급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밖에 회장 전용기 조종사와 승무원으로 쓰기 위해 대한항공에서 베테랑 조종사 5명과 스튜어디스 2명을 데려온 일도 적었다. 전용기는 백명이 넘는 여객기를 16인승으로 개조해 공간이 넉넉했고, 스튜어디스들이 무릎을 꿇고 시중을 들었다는 경험이 김 변호사 책에 소개돼 있다.
그는 정말 100억 원을 받았을까
- 2009년 말에 이건희 전 회장이 사면복권되면서, 마치 삼성문제가 모두 끝난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요.
"(고개를 흔들며) 정말 코미디야. 단군이래 이렇게 큰 규모의 탈세사건이 있었나? 유죄판결을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자신의 딸들 손잡고 유유히 웃는 모습이 대부분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말야. 자신들의 사적 이득을 위해 거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것으로 국가와 사회를 부패시키고, 검찰이나 법원 등의 공적기능을 마비시키면서 그들만의 문화와 기득권을 유지해나가도록 놔둬야 하는지 말야.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지. 부패와 반부패인데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순간 빨갱이가 돼 버려."
지난 2007년 10월 이건희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의혹 등을 폭로한 이후,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그에겐 배신자라는 낙인 뿐 아니라 개인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특히 그의 양심고백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삼성에서 호의호식하고 살다 나와, 왜 딴소리냐'는 식의 비판을 했다. 당시 삼성쪽에서 내놓은 자료에 김 변호사가 재직기간동안 급여와 주식 등을 포함해 100억 원 남짓 받았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 책을 보니까, 당시 급여명세표를 공개하셨던데요.
"(웃으면서) 이번에 자료를 찾다가, 내가 퇴직하기 직전에 받았던 급여명세표가 있더라고. 그래서 다 내보이자고 생각했던 거지."
그가 삼성에서 퇴직하던 2004년 8월 월 급여 총액은 3610만 원. 여기서 1170만8630원을 세금으로 냈다. 그리고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실제 손에 쥔 돈은 2266만9140원이었다. 이밖에 연말 보너스와 스톡옵션으로 받은 삼성전자 주식 등을 합해도 삼성쪽 100억 원 주장에는 크게 못미친다고 책에 썼다.
김용철 변호사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양심고백을 후회 안해. 물론 삼성이나 검찰 비리를 말하면서, 나 라고 마음이 편했겠어. 둘다 내가 오래 일했던 곳이고,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배신자' 취급을 당하는데…."
- 의도했든, 아니든 주로 삼성과 검찰 비리를 말하면서 오해를 더 사기도 했지요.
"내가 다녔던 곳과 맡았던 업무를 중심으로 말을 하다보니까, 그런것이지, 뭐. 내가 다른 공무원의 비리는 구체적으로 잘 몰랐기 때문에, 확실히 아는 부분만 공개한 것이지. 검찰이 다른 권력기관보다 더 썩었다는 것은 아니야. 아마 국세청은 비리규모가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얼마 전에 삼성전자에서 S급 인재였던 이아무개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난 그 사람을 잘 몰라서, 고인(故人)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 그런데 나같은 사람도 살고 있는데, 자살같은 방법은 옳지 않지. 다만 삼성 내부에서 분명한 것은 엔지니어쪽 임원이 경영임원보다 힘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야."
김 변호사는 책에서 모든 의사결정구조가 이건희 일가 중심의 총수와 과거 구조조정본부의 소수 임원에 집중돼 있는 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전문 경영인으로 알려진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단지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은 현실과 그들 사이에서 승진과 인사청탁을 위해 수백만원 상당의 선물 등이 오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적었다.
"결국 삼성에서 보고, 듣고, 행한 것들이 역사가 아닌 야사로 남게될지도 모르지. 힘있는 사람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무법천지처럼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이건 좌우 이념이 아니라, 부패 문제고 서로 끊임없이 감시하고 성찰하면서 더 나은 삶을 만들자는 것이지. 그러면 되지 않을까."
그는 "이번에 책을 낸 출판사에서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등에 광고를 내려고 했었다"며 "그런데 좀 전에 이들 신문사에서 광고를 싣지 못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고 씁쓸해 했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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