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럴림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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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제일 싫어하는 꽃은 <산수유>고 할아버지들이 싫어하는 꽃은 <할미꽃>이란다. 유머에서도 이제 봄냄새가 나는 것 같다. 라디오 진행자 최유라씨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요즘 봄이 왔죠? 온 거 맞죠? 하도 눈치가 보여서." 하루가 멀다하고 눈과 비소식이 나오는 춘삼월에 그의 말에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런 말도 있다. 봄은 늦을 뿐 오긴 온다고.
오늘은 얘기는 올해 유독 늦게 오는 봄과 같은 얘기다. 왜 얼마 전 끝난 밴쿠버 패럴림픽. 장애인 올림픽 말이다. 그 뒷 얘기를 들어보니, 이 가슴에 몽글몽글한 빨간 실타래를 뭉쳐놓은 것처럼 참 뭉클했다. 희망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선수들의 화려한 축제였던 밴쿠버 올림픽이 끝났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바로 패럴림픽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패럴림픽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들. 그들을 한 눈에 봐도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임을 알 수 있다. 바로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명의 기자와 카메라가 몰려들었던 전과의 올림픽은 달랐지만, 경기를 앞둔 이들의 얼굴을 보면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들은 자전거의 바퀴가 하나쯤 빠졌다고 해서 결코 가는 길을 멈추거나 주저앉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다.
특히 이번 <휠체어 컬링>종목. 워낙 비인기종목이다 보니까 그 환경이 넉넉지 않다고 한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장비도 없고, 그 환경이 많이 열악하다고 한다. 국제대회라도 한번 갈라치면 그 여행경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수들은 운동 외에도 여행경비를 걱정해야 한다. 언젠가는 스위스로 원정경기를 떠날 때였는데,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다보니까 감독과 선수들이 직접 물건을 나르다가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기도 했단다. 그런가 하면 얼음판이 없어 수영장의 물을 얼려 운동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선수들은 대부분 척수장애로 <소변주머니>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다. 휠체어에 소변주머니에, 생각만 해도 운동할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들은 어쩐지 두발에 힘이 없다면, 휠체어라도 타고 가서 운동하겠다는, 말하자면 블록버스터급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밴쿠버 동계 페럴림픽에서 이들은 끝내 은메달까지 따내고 말았다. 드라마라는 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어린나이에 눈과 입. 귀를 못 쓰게 된 헬렌켈러. 그녀도 그랬다.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도. 손에 만져지지도 않다고 그랬다. 이 마음이 행복하냐, 불행하냐, 바로 그거다.
장애인 선수들은 그런다. 자신들 입장에서 보면, 이 세상에는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신들처럼 몸이 불편한 건, 평생 고칠 수 없지만 마음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어서 그늘 속에서 나오라고 말이다.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건 사람이다. 그렇게 하나씩 차곡차곡 챙겨가는 게 운명 아니던가!
축구는 꼭 발로만 해야 하고, 그림은 꼭 손으로만 그려야 되는 건 아니다.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만 있다면, 그래. 우린 이미. 희망 앞에 서 있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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