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과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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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나무의 비유에서 보통은 숲을 더 중요하게 본다. 숲은 전체를 두루 살펴보는 안목을 의미하고, 나무만 보는 사람은 세세한 것은 알지만 협소한 시각으로 편협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나무가 숲보다 더 좋게 표현된 내용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삶이나 기술 또는 학문의 깊이가 없는 안목은 너무 표피적이어서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
때로 숲을 봐야할 때는 숲을 봐야 하고, 반대로 나무를 봐야할 때는 나무를 봐야할 것이다. 숲은 보다가 나무를 볼 때가 되어서 숲을 보는 것을 멈추는 자제력과 나무를 시선을 옮길 수 있는 집중력의 전환 능력은 생각보다 쉬운 능력이 아니다. 정서적인 집착이나 사고의 유연성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면 언제 숲을 봐야할지 나무를 봐야할지 분간하는 능력이 중요할 것 같다. 사람들이 좋은 원칙이나 방식을 많이 알면서도 정작 그런 원칙이나 방식이 주는 이점을 찾아 먹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언제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연구해야 할지, 또 반대로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판세를 읽고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할지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를 보기도 하고 숲을 보기도 하는 것은 그 정도 면에서 나이에 따라 달리 나타날 것 같다. 어릴 때는 그냥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뭐 하나에 ‘필이 꽂히면’ 그것을 파다가, 어느 순간 그 일은 다 버리고 이런 저런 다양한 경험을 쌓아도 재산이 된다. 그러나 30대 중반 만 넘어서도 어느 정도 깊이도 있고, 전반적인 시각도 갖춰져 있어야 때에 따라서 더 깊이 파야할 때 공부를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사람도 다양하게 만나보고 자기 분야 뿐 아니라 행정적인 것, 법적인 것을 두루 살피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펼칠 수 있다.
또 삶의 주기와 숲과 나무의 주기도 서로 호응한다. 20대 중반이 되기 전의 어린 나이일 때는 자기 적성이나 정체감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으니 그런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이런 저런 경험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때부터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링컨 대통령이 얘기한 나이인 40대가 될 때까지는 요즘 유행하는 달인이 되기 위해서 한 16년은 파고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면 어디서나 관리 행정적인 일을 하게 된다. 이는 기술적인 것은 2, 30대의 지적으로 활발한 사람들을 점점 따라가기 힘들고 여유와 관록이 생겨서 사람다루는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그 나이 대의 성숙과정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와 균형이다. 자기 상황에 맞춰서,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 숲과 나무를 조절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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