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16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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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월드컵 대표팀이 드디어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16강 전에서 우루과이에 져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이젠 우리 축구가 만만치 않은 수준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사실 축구 잘하는 남미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먹고 살기는 축구 수준 보다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축구에 목숨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가 축구 마저 못했다면 나라의 브랜드 가치는 형편없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도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한 두개 기업이 전 세계에 알려져 있긴 해도 먹고 사는 것에 비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보면 축구에서의 선전은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또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우리의 김연아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김연아였고, 오랜 기간 동안 높아만 보였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많은 메달을 땄다. 20대 이전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먼저 세대들에게는 “세계 수준”, “세계의 벽”이란 게 있었다. 아무리 나라 안에서 잘 해도 세계 수준과는 너무 동떨어질 정도로 못해서 자부심이란 게 생길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괜히 주눅 들고 지레 포기하고 상대가 생각지도 않는데 먼저 숙이고 들어가며 살았다.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88년 전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세계 사람들과 견주어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대결을 펼친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런 자신감이 최근의 빛나는 승리를 불러왔다.
우루과이와의 시합을 보면서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였다. 유럽 축구 중계를 보면 골이 거의 패스를 받고 나서 별다른 준비동작 없이 그냥 갖다 대는 수준의 슛에서 나온다. 우리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다. 패스를 하면 공에 자석이 붙었는지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박지성 선수부터 패스를 받으면 공이 몇 미터는 튕겨져 나가기 일쑤였다. 또 패스를 할 때 받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숨박꼭질 하듯 수비수로부터 도망 다니면서 안전한 패스를 받으려 했다. 우리 선수들은 그런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했다. 또 한 두 사람 정도는 쉽게 제치는 모습을 흔히 보지만 우리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달려오기만 하면 마치 겁에 질려 공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데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처럼 위축되어 지레 포기하는 태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기술적인 면은 이제 종이 한 장 차이다. 간절히 바라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정신의 힘은 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었다. 축구할 때만 붉은 악마일 이유는 조금도 없다. 그냥 그런 열정으로 일상을 누비면 된다. 비록 지금은 부족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인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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