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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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포탈 싸이트에서 가장 회원이 많은 인터넷 카페가 중고 거래를 하는 싸이트란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놀랍기도 했고, 어찌 생각해 보면 있을 법한 일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싼 값에 좋은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도 있고, 충동구매로 샀다가 금방 되파는 후회매물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신상’ 즉 신상품들을 보면 나이 든 사람들이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것들도 헐 값에 매물로 나와 있는 것들도 많다. 사람 사는 사연 만큼 많은 이유로 중고품을 팔고 사는 듯 하다. 두 번째 사용자는 처음 사용자와는 다르다. 그 상품 자체 뿐 아니라 그 전 사람의 흔적을 같이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애지중지 하던 물건인지 아닌지도 두 번째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 같고, 어떤 사연이 있었을 지에 대한 궁금함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감성적인 면을 떠나서 실용적인 면에서도 신품을 사용할 때와 중고를 사용할 때의 노하우는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물건 뿐 만이 아니다. 인생2모작이란 말이 한동안 유행했었다. 20대나 30대 초에 처음으로 갖게된 직장이 예전에는 평생직장이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근무했겠지만 이젠 끝까지는 가는 소수를 제외하면 다들 언제냐가 문제이지 첫 직장을 나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두 번째 직장은 첫 직장과는 조금 다르다. 첫직장은 젊음의 패기로 시작한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슨 일이 생겨도 ‘경험이라도 남으면 실패해도 두렵지 않다’는 마음으로 도전한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다르다. 시행착오를 통해서 얻는 소득 보다는 그로 인한 상처가 훨씬 크고 중요하다. 한번 치명상을 당하면 회복하지 못할 때도 많다. 또 기대치도 달라져서 어떤 경우에는 더 많은 압박을 받아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성취보다는 버티는 것이 목표가 될 때도 있을 것이다.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사람 사이의 두 번째 인연 즉 재혼이 아닐까? 재혼의 빈도도 매우 높다. 2009년에 초혼이 23만 여건, 재혼이 3만 건 정도였다고 한다. 동거만 하는 비율이 재혼자들에게 더 높은 것을 생각하면 무시하지 못할 수치인 것 같다. 물건에 묻어 온 과거의 흔적은 한 사람의 삶에 새겨진 삶의 흔적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한번 실패해 보았으니 더 잘 할 것 같지만 삶이 복잡해서 더 잘 싸우고, 관계의 끝을 이미 경험해 보았으니 미련이 없어서 쉽게 헤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게다가 아이의 엄마, 아빠라는 이름으로 떼려야 뗄 수도 없는 불편한 사람들과 평생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함의 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둘만 생각하면 되는 초혼과는 달리 재혼은 이전 혼인에서 낳은 자녀들에 대한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고 물품을 잘 쓰는 요령이 따로 있는 것처럼 새로운 인연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도 이와 같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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