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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길 가는 여정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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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자취를 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시골에서 올라와 대학생활 내내 자취를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 직전에 그 친구 집에 갔을 때 그 친구는 집 정리를 하고 있었다. 말인 즉 ‘버릴 건 다 버리고 이제 꼭 필요한 것만 남았다’고 했다. 그런데 신혼 여행을 다녀와서 집들이를 갔을 때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챙겼던 물건들이 하나도 없었다. 수줍은 새색시가 다 버렸다는 것이다. 다들 그 친구를 놀렸고 그는 새색시보다 더 수줍고 어색해 하며 ‘다 그런거다’라고 했다.
면담을 하다보면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가 쏟아져야할 사람들이 마음이 상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그 좋은 때 무슨 일로 왔을까 하고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혼자 일 때의 자기 패턴을 버리지 못해서 갈등이 생기곤 한다. 여자들은 주로 이제 한 배를 타서 서로 바라볼 게 아니라 손을 잡고 앞을 봐야하는 데도 여전히 자기만 바라보고 사랑해 주길 바란다. 그래서 남자들이 피곤해 한다. 남자들은 어른이 되고 가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혼일 때처럼 친구들과 술을 마시느라 늦게 귀가하고 게임하느라 모니터가 뚫어질 지경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답답해 한다.
두 사람이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은 먼 길 가는 인생길의 중요한 길목이다. 피해갈 수도 있지만 대개는 거쳐 가는 요지이다. 그곳을 거쳐 가기 위해서는 자기가 지고 온 짐 중에서 꼭 필요한 건 남겨두고 다 버려야 한다. 물론 길을 가는 목적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버려서는 안되겠지만 길을 가는 데 방해될 정도로 불필요하게 많은 짐을 지고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 배우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배우자와 살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되는 일을 하고, 방해가 되는 조건들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으로 이끌어준 뜨거운 사랑은 금방 식는다. 그 사랑만 바라보고 남은 인생을 다 걸기는 너무 불안하다. 그보다는 둘이 잘 살기 위해서 내 생활 습관 중에서 고치거나 버릴 부분을 분명히 알고 선택을 하는 편이 더 안정적일 것이다. 그 보다 조금 더 안심되는 것이 서로 살아온 길이 비슷해서 결혼을 했다고 해서 굳이 많이 고칠 필요가 없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조금 더 좋은 거라면, 내가 원하는 사람을 미리 생각하고 자기 삶을 거기에 맞추는 것이 아닐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배우자를 얻는 건 언제나 상대가 아니라 내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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