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의 진화론: 그 작용과 반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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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래 버틴 결혼제도가 남성인 가장을 두는 가부장적 일부일처제였다. 돌이켜 보면 일부일처제는 여성인 며느리와 부인과 엄마의 희생을 담보로 가능했던, 이제는 구시대적인 결혼제도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가 병으로 잠시 서울의 며느리 집에 머물면서 검진을 받게 되자, 며느리가 우울증에 걸리고, 여자들 모임에서 한 여자가 모실 시부모가 없다고 하자 다들 ‘로또 맞았다’고 축하를 해주었다고 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지금 시어머니들이나 막 시어머니가 되실 분들은 억울하기 그지 없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런 일이 생긴 건 불과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80년대 대학에 가서 페미니즘이란 게 있는 걸 처음 알았고 ‘난 우리 엄마 처럼은 살지 않을 것’이라는 여학생들의 얘기가 술자리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동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여성작가들의 입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렇게 되자 시부모를 모시고 살던 3대 가족은 부모이면서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정(情)으로 묶여진 부부 중심의 2대가족, 즉 핵가족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98년도에 IMF가 터졌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언제까지나 같이 살 것 같았던 부부가 갈라서기 시작했다. 이혼한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던 게 90년대 중반 이전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지 몰라도, 굳이 감출 필요도 없는’ 정도의 일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정신과에 처음 온 분들이 자신이나 부모의 이혼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게 세기말이 바뀌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이때부터는 여자들이 남자의 경제력을 노골적으로 따지기 시작했고 남자들도 예쁜 여자가 아니라 직업 있는 여자들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섹시코드라고 해서 성적인 메시지를 매일 온몸으로 받고 자라난 남자들이 예쁜 여자들과 결혼을 주저하게 되자 결혼 전에 미리 연애를 하게 되었다.
혼전순결에 대한 부담감은 ‘섹스 앤 더 시티’와 ‘프렌즈’에 나타난 세련된 뉴요커들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보면서 버린 지 오래라서 상대찾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2005년도 쯤부터는 여기저기서 '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명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서 노인인구가 선진국 수준으로 되었다.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고 경제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인구가 늘어나니 복지 부담이 커졌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싸워야 했고, 복지부담을 놓고 한번 더 갈등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개인적인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인 수준으로 확산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3개 주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는 죽음‘을 합법화했다. 고려장이 옷을 갈아 입었지만 다시 돌아왔음을 모를 수 없다.
또 자식 키우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는 중학교만 졸업해도 직업을 가지고 가계를 돕고, 큰애가 열 살이면 갓난쟁이 막내를 없어 키웠다. 그런데 지금은 기본적으로 30대 초반까지는 부모가 책임을 져 주어야 한다.
시댁식구 부담되고, 자식 덕 볼 수도 없고, 부부도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 남남이 되는 세상이 되니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었다. 이젠 일부일처제 그 후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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