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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없어 개봉 못할 뻔한 세계 10대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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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인터뷰] 영화 <빗자루, 금붕어 되다> 김동주 감독
주인공 장필은 우리사회에서 최하층에 속하는 사람이다. 내일 모래면 환갑이지만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장필이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지 <빗자루, 금붕어 되다>는 철저한 관찰자 시점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감독은 어떤 감정도 영화에서 내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영화의 특징은 장필의 이야기가 마치 실제 우리 일상에서 일어난 현실같은 착각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빗자루, 금붕어 되다>를 연출한 김동주 감독에게 영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 인간성 황폐화시키고 있다"
- 영화는 2008년에 완성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봉하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빗자루, 금붕어 되다>가 2010년에 개봉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과정보다 현실을 말하는 게 낫겠습니다. 소위 '다양성 영화' 라고 불리는 영화는 개봉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개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홍보, 마케팅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을 치르고 수익을 남겨야 하는 배급사의 고충이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배급사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입니다. 배급사도 사기업이니까요. 그렇다고 이 영화의 제작자인 제가 사재를 털어서 개봉비용을 부담할 정도의 여유는 없었습니다.
제 영화 <빗자루, 금붕어 되다>가 늦게나마 개봉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프로그램에 있습니다. 2년 전 사라진 제도가 이름을 바꿔 올해(2010년) 부활되었고, 전보다 규모나 편당 지원금은 줄어들었지만 3천만원의 지원금으로 기본적인 홍보, 마케팅 배급 등의 기본적 비용을 마련할 수 있어서 개봉하게 된 것입니다."
-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산동네에 위치한 고시원입니다. 고시원을 주요 촬영장소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애초 고시원은 고시생이 공부하던 곳이었는데 90년대부터 생활이 어려운 이들이 숙소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IMF 구제금융 이후 급격히 수가 증가, 2009년엔 전국 등록된 고시원 수가 6000여 개라고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실업자 등 아주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고시원은 '21세기 쪽방' 이라고 불립니다. 고시원으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쪽방까지 합하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납니다.
이는 한국사회가 점점 양극화 되어가는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극빈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너무 심한 경쟁은 우리를 멍들게 합니다. 물질만능이 되어가고 인간성이 황폐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각종 방화, 살인, 자살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둡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자 일부분인, 쪽방 같은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함께 품어야할 동료이자, 친구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 평론가 '앙드레 바쟁(Andre Bazin)'이 1947년 창간한 영화전문지이자 '영화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로 평가 받는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2008년 나온 최고의 영화로 <다크나이트>와 함께 <빗자루, 금붕어 되다>를 세계 10대 영화로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독으로서 큰 영광인데요. 소감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제게 큰 힘과 용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창의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잘 조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원천은 고시원에서 기거하면서 만났던 동료와 이웃입니다. 그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영화, 최대한 '사실적'으로 찍기 위해 노력했다"
- <빗자루, 금붕어 되다>는 장필이란 인물을 철저하게 관찰자 시점에서 촬영하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실적으로 찍고자 했고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관찰자적 카메라 시점으로 촬영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 현실과 유사하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그런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개개의 장면을 보는 관객에게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주고자 했습니다. 주인공 '장필' 행위에 대한 가치판단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이 우리사회에서 코너에 몰린 인물들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의도로 장필이란 인물을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아넣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중매체가 우리에게 전하는 사건은 '결과'입니다. 우리는 과정이 생략된 정보만으로 쉽게 해당 사건을 단정해 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범죄는 악이고 배척되어야할 것이지요. 장필의 우발적인 살인의 원인은 모멸감이지만 그 밑바닥은 생존권입니다. 저는 장필의 생존을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장필' 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극단의 상황에 놓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 고시원에 거주하는 한 인물이 밖에 나가고 들어갈 때 누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부터 먼저하고 오가기를 반복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떤 이유로 이런 장면을 넣게 되었는지?
"그 인물은 소리에 민감한 좀도둑 성향의 인물입니다. 장필이 세면장에 갔다 오는 틈을 타서 장필 방안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고시원에서 가끔 분실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설정했습니다. 고시원은 방음시설이 부족해서 옆방에서 나는 각종 소음, 전화 통화하는 소리, 복도를 지나가는 소리가 잘 들립니다. 고시원에 있으면 소리에 민감해지게 됩니다. 누가 들어가고 나가는지 소리만 조금 신경 쓰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는 다른 이들과 친해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타인과 소통을 거부하고 홀로 폐쇄적으로 사는 사람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주연배우 유순웅씨, 연극 '염쟁이 유씨' 보고 캐스팅
- 우리사회 자체가 약자에게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메시지가 계속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양극화 구조가 견고해지고 있다고 할까요.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합니다. 노력만으로 꿈을 이루거나 성공하기 힘든 구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섭고 안타까운 현실 입니다. 저는 관객이 제 영화를 보고 주인공 '장필'에 대한 연민을 넘어 그를 동료나 친구로 느끼길 소망합니다."
- 주연배우 유순웅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극에서는 이미 탄탄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배우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영화에 캐스팅 하게 되었습니까?
"3년 전 '장필' 역을 찾던 중 연극 '염쟁이 유씨'를 보고 공연 후 바로 유순웅씨를 만나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상업영화도 아니어서 개봉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에겐 열정과 따뜻함이 있었고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 <빗자루, 금붕어 되다>는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조금 더 쉽게 이 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모호함이 있다면 한가지로 규정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또 그것을 느끼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만든 저 또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자료제공: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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