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속에도 집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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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흔히 시행하는 심리 검사 종목에 집, 나무,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사람을 그리는 검사가 있다. 검사를 받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지고 이를 통해서 거꾸로 심리를 파악한다. 매일 보는 데도 그 사람을 빼 놓거나,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면 그 사람들은 그림을 그린 사람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요즘 면담을 하면서 이와 비슷하게 사람의 마음 속에도 집이 있고,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많이 느낀다. 어떤 사람의 마음에는 그 집이 부실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없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없이 혼자 살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음 속의 세상이나 집이 튼튼하고, 그 안에 사는 자기 즉 자기를 나타내는 마음의 상징이 마음이 편하고, 할 말 다하고 그 집의 주인 행세를 한다. 다른 사람도 있어서 외롭지 않다. 이런 게 안되면 불안해 지는 것이다.
마음 속에 자기나 다른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아이가 6개월이 채 안되었을 때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숨었다가 나타나면 너무 신기해 한다. 마술처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는 눈 앞에 엄마가 없어도 아이의 두뇌 속에 엄마의 모습이나 냄새, 젖가슴의 따뜻하고 푹신한 느낌 같은 것이 남아서 엄마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엄마가 마음 속에 항상 살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를 기억하고 알기 때문에 낯갈이라는 현상이 생긴다. 낯갈이는 아이가 낯선 사람을 보고 불편해 하는 것인데, 이는 아이가 '당신은 내가 늘 같이 놀던 우리 엄마가 아니예요'라는 주장과 같다. 그런 엄마의 존재가 마음 속에 잘 자리 잡으면, 외로울 때 친구도 되어 주고 힘들 때 따뜻한 위로도 해준다. 넘어지길 반복하면서도 걸음마를 하면 격려해 준다. 그런데 이런 게 잘 안되면 그 사람 마음 속에는 아무도 찾아 오지 않거나, 스스로 거부해서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누군가를 내 품안에 두어야 한다. 마음 속에서 나를 위로해 주는 타인은 내가 혼자 있을 때에도 나와 함께 하지만 현실적인 인물은 항상 같이 있어줄 수 없다. 너무 같이 있자고 하고, 없을 때 힘들어 하면 그게 '집착'이다.
만약 마음 속의 집에 자기가 없거나 약하다면 그 사람은 자기 주장이나 확신이 없다. 남의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그저 따라갈 뿐이다. 자기가 없으니 만족할 자기도 없는 것이다. 남이 하라는 일,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
니까 재미도 없고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정신없이 살다가 갑자기 덧없음을 느끼거나 어느 순간 한계점에 이르러 좌절하게 되면 쉽게 포기해버린다. 또 자기라는 게 없으니 그냥 대충 살아도 아쉬울 게 없다.
이렇듯 자기를 가꾸는 것은 마음 속을 풍족하게 채우는 것이다. 이 채움을 통해서 배도 부르고, 여유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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