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비와 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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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표현이 많아지는 시대이다 보니 각 분야에서 다들 자기 주장에 익숙하다. 누군가는 글 몇줄만 읽어봐도 그 사람의 경험과 앎의 깊이가 느껴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냥 ‘교과서를 읽듯’ 내용도 잘 알지도 못하고 떠든다는 느낌도 든다. 많이 아는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그 사람들이 가는 길이 눈에 보인다. 다른 듯 하면서도 다르지 않는 완성과 궁극으로 향하는 길이 향이 우러나는 진국 같은 사람들에게서 느껴진다.
어떤 경지에 이른 후에는 융통성과 여유가 생겨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새로 익히는 단계에 있을 때는 극한으로 간다. 적당히 처리하는 법이 없다. 이 과정에서 적당히 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여기서 사이비와 진국이 구별된다. 능력이나 타고난 재능은 별로 중요치 않은 것 같다. 어떤 일을 진실로 갈망하고 그것에 미쳐 애쓰는 모습이야 말로 진국인 전문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판소리 명창들이 목이 트이게 하기 위해서 똥물을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여러 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엽기, 변태처럼 보여서. 그러다 몇 년 후 다시 그 얘기를 어디선가에서 들었을 때는 명창들이 저런 시도까지 하는 그 심정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최근에는 그 과정 이후의 완성형의 모습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여자들이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남자들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낀다는 말도 있지만 적당히 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끝까지 가보려는 그 마음과 노력이 삶의 클라이맥스가 아닐까하는 마음도 든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피가 들어차고 살이 붙기 시작한다. 하나하나가 이해할만하고 자신감도 넘친다. 궁극을 추구하여 근본에 조금이라도 다가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치열함과 능숙함이 나타난다. 이런 모습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다 보이기 때문에 감출 수 없다.
그 다음에는 말이 더 짧아지고 간단하고 명료해진다. 사실 긴 말이 필요 없다. 한 마디로 축약해서 제시하면 다들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것이 카리스마이다. 전문가들이 단순한 언어로 얘기하니 쉬운 줄 안다. 하지만 같은 말을 해도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말이 된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은 남이 하는 일이 너무 쉬워보여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를 알기 때문에 쉽게 얘기하지 않는다. 존중하는 마음이 든다. 남 얘기 쉽게 하는 요즘 세상을 보면 그런 면에서 걱정스럽다. 뭔가 아는 사람들은 말을 쉽게 못하고 모르는 사람들이 혼란스런 말만 하는 게 세상의 모습인지. 올 한해, 말 한마디 줄이고 존경하는 사람 두 사람을 더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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