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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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 요즘 세상에 정리는 하나의 미덕이다. 열심히 일을 해도 잘 매듭짓지 못하는 사람들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예전에 진료했던 한 전문직 여성의 경우, 심한 우울감에 폭식증으로 토하느라 변기를 붙들고 살 정도였다. 그분이 그런 심적인 고통을 당한 이유는 싸인 한 두 개를 빠뜨렸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금방 나았지만 그런 일 때문에 죽고 싶어할 정도로 괴로웠다는 걸 깨닫게 된 그 분은 많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그런 일이 생겼던 이유는 일을 산만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 심한 우울증과 폭식증을 치료한 처방은 너무 간단했다. 싸인을 미처 못한 명단을 컴퓨터 모니터 앞에 메모를 해서 붙여 놓아라는 것이었다.
고시공부를 하러 들어간 수험생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술친구, 게임 같은 나쁜 버릇을 다 정리하기 전에는 합격하기 힘들다. 다른 일에 관심이 많은 천재 운동선수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드문 일이 아니다. 요즘 세상이 너무 재미있게 놀 것이 많아졌다는 걸 생각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렇듯 무슨 일을 하든 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주변 정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사람을 정리하는 일이다. 얽히고 설킨 인연의 끈은 너무 질기고 완강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한쪽에서 정리하고 싶은 관계라면 절대 좋은 관계는 아니다. 그리고 돈이나 사랑이 불평등하게 이어져 있는 관계이다. 돈이 없는 형제는 많이 가진 형제를 절대 놓지 않으려 하고, 사랑이 식은 연인을 아직 사랑 혹은 집착이 많이 남은 상대가 절대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로 죽임을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언론에서 대하다보면 사람관계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매맞고 사는 부인들, 학대받는 아이들, 위협 속에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들, 죄책감이나 불안의 그물로 묶여 사는 자녀나 반대로 부모들은 늪에 빠진 사람들처럼 허우적 거리다가 어느 순간에는 체념한 듯 포기하고 우울증에 빠진 모습도 본다. 하지만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할 관계도 자주 만난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본인이나 안타까워하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결심을 해야할 것 같은 분들을 자주 본다. 쉬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희생할 필요가 없고, 상대가 그 희생을 비웃으며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정리를 했으면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착취당하고 사는 분들에게 한 마디만 드리고 싶다. 그렇게 살아왔다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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