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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바꿀까, 세상을 바꿀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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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 중에서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힘들어하거나 혹은 귀가 너무 얇아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정신과를 찾는 경우도 흔히 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듣다보면 적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 변해야 하는데도 기존 자신의 틀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나 자신의 틀에 맞게 상황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지나치게 주변 상황에 끌려다니다가 일도 제대로 안되고 마음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쉽게 말해서 귀가 너무 얇은 것이다.
어떤 신입 사원이 있었다. 그는 한 가지 일이 끝나야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성격이었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일에 관여하거나 자신이 한 것을 수정하도록 하면 불편해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가 취직한 회사는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고, 일이 한 번에 끝나기 보다는 여러 차례 수정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신입사원 시절의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그를 괴롭히는 가운데 직장의 분위기마저 잘 맞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이 신입사원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회사의 방침이나 분위기에 따라 자신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을 것인가?
삐아제에 의하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우리의 기존 생각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조절 (accommodation)이라고 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맞추어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을 동화 (assimilation)라고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옳다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항상 그렇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세상을 내게 끌어다 맞추거나 반대로 내게 세상에 끌려다니는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상황에 맞게 조절과 동화를 해야 하며, 이것을 잘 하는 것이 바로 삶에 잘 적응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라인홀트 니버라는 사람이 쓴 "평온을 구하는 기도"에 보면,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일수 있는 은혜를 주시고,
마땅히 바꿔야 할 것들은 바꾸려는 용기를 주시고
더 중요하게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정말 나 자신을 바꾸어야 하는지, 세상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상황에 따라 잘 구분하고 이에 따라 조절과 동화를 잘 할 수 있다면 매일 매일의 삶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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