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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인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작성자 관리자

[인터뷰] <모비딕> 김민희 "작품마다 새롭다"...다음작품은 변영주 감독과


'황정민씨는 시나리오를 받은 후 세 시간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던데...' 사실상 읽자마자 마음을 정한 황정민에 대한 일화를 듣고 김민희는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그만큼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매력 있다는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단번에 결정을 한 건지 물었다. "그럼요!" 김민희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처음엔 다른 작품을 의논하던 때였어요. 소속사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두 작품을 다 못하니 하나를 놔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검토하던 영화가 잘 진행이 안 됐고, 그때까지 <모비딕>의 성효관 캐릭터가 섭외가 안 되어 있었어요. 타이밍이 맞았던 거죠. 역할에 대해 다시 제의가 들어와서 그때 시나리오 처음 검토하게 된 거예요."


"기자인데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들의 삶 충실히 담아낸 <모비딕>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최초로 '음모론'을 다룬 <모비딕>. 음모론을 소재로 따왔으면서 동시에 기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충실히 재현했다. <뜨거운 것이 좋아>(2007)로 제4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자상을 수상하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김민희는 <여배우들>(2009) 이후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택했다.

영화 <모비딕>에서 김민희는 1994년 서울 발암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꾸려진 특별취재팀 일원으로 활약한다. 그가 맡은 성효관 기자는 선배 기자인 이방우(황정민 분)와 지방 신문사에서 스카우트된 손진기(김상호 분)와 함께 사건에 얽힌 각종 의문의 매듭을 풀어가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팀에서 컴퓨터에 밝은 공대 출신이라는 설정이, 풋내기 기자라는 점이 그동안 주연급 배역을 맡아온 김민희 본인에겐 새로운 도전일 법했다.


"그냥 더 크게 사람다운 진실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떤 배역,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 그 인물들은 당연히 그 배경이 있잖아요"라고 설명한 김민희는 "기자라는 직업이 실제로 존재한다지만 너무 기자에 얽매여 기자답게 한다면 내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폭이 더 좁아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중 신참 성효관은 선배 기자 이방우에게 이런 대사를 던진다. "선배, 우린 기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요"라고.

"저도 그 장면 정말 좋아해요.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기자는 사실을 써야 하지만 그게 진실인지는 잘 모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사실인 진실을 쓰지만 잘 안 풀리거나 뭔가가 막힐 수도 있어요.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믿고 사실을 바탕으로 이게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또 기자의 특권이기도 하니까……"

이때만큼은 김민희는 동료이자 선배 기자였다. 그렇다면 김민희 역시 끊임없이 의심하고 세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음모론자의 기질이 있는 걸까? "지금 인터뷰도 누군가 도청하고 있을 수 있다"며 "혹시 음모론자인가"라고 물으니 "전혀 아니에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는 "사회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내 삶에서 진실이라고 하는 걸 의심하게 되는 게 싫다"며 "설령 그게 거짓이더라도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믿고 싶은 마음"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기자 역시 비슷하다며 오보는 의도하지 않게 나올 수도 있다"고 운을 떼니 "힘드시겠지만 진실한 기사 꼭 써 달라"며 당부했다.


큰 배역을 맡는 배우 아닌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파

모델 출신 배우,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는 김민희에게 줄곧 따라다니던 말이었다. 배우 입장에선 한편으로 부담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모델 활동이라고 얘기하기보단 요즘 배우들도 화보 등을 찍으며 새로운 모습 보여주지 않나요? 그런 개념이지 모델로서의 활동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배우로서의 활동이다?) 네, 배우로서 하나의 활동으로 봐 주세요. 배우로서 하나의 다른 이미지를 보이기 위한 활동이지 모델 활동과는 다른 의미예요. 또래 배우들도 비슷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요. 보이기엔 모델 활동처럼 보이지만 화보를 찍는 등의 활동은 배우 입장에선 다르죠."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기간을 염두에 둔다면 김민희가 참여했던 작품의 수는 그리 많지는 않다. 1999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 후 1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드라마 8편에 영화는 5편 출연했다. 작품 선택에 그만큼 신중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이번 작품의 의미 역시 남다를 것 같았다.

"모든 작품이 제겐 다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작품 사이의 공백이 길다 보니까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다시 시작하는 느낌도 들고요. 작품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으면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고, 다시 만날 작품도 많아질 거란 기대감이 생길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긴장되기도 해요. 어떤 작품에 나오면 이걸로 다르게 봐주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그러다 보니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이 작품마다 있는 것 같아요."

<모비딕>에서의 김민희는 분명 주연 배역은 아니다. 조력자의 역할이지만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단독으로 연기해야 하는 장면에선 고민하면서 감독님과 함께 조율했다"는 대목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보안사 요원들의 근거지에 잠입하는 장면에서 취한 척하며 태연하게 소변을 보는 장면은 본래 구토하는 설정이었는데 그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경우다. 스타킹까지 내리려던 걸 감독이 말렸다는 후문이다.

김민희의 다음 작품은 변영주 감독의 <화차>로 알려졌다. 오랜만에 상업영화 메가폰을 든 변 감독과 그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하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김민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선택하는 작품들의 면면을 보니 말이다. 김민희, 그는 스스로 작품에 대해 고민하며 좋은 배우로서의 보폭을 힘차게 내딛고 있었다.


기사제공: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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