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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화백의 손바닥 아트와 낙서 예술전
작성자 관리자

대리운전 홍보전단지에 예술을 하는 그, 이유가 있다
[현장 인터뷰] 뉴욕에서 만난 박재동 화백의 '손바닥 아트와 낙서 예술'



비행기에서 잠들었을 때 승무원이 놓고 간 안내문을 이마에 붙인 아저씨가 막 잠에서 깬 표정으로 침을 흘리며 "벌써 다 왔나?" 한다. 카페 이름이 인쇄된 휴지에서는 종업원이 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대리운전 홍보전단지, 잡지에 실린 화장품 광고, 초콜릿 포장지, 운전면허학원 홍보스티커, 택배 전표 등에도 어김없이 뭔가 그려져 있다. 식당 영수증이나 홍보스티커에는 그날 맛있게 먹은 음식을 그려 넣었다.

또 다른 카드영수증 한 편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놓고 "어떤 종이에나 그리는 화가"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박재동의 낙서 예술'이다. 배우 송승헌은 코와 턱 밑에 긴 수염을 길렀다. 여성의 하이힐 굽에 깔려서 고통스러워하는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 모델의 가슴 안쪽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엉큼한 아저씨도 있다. 그제야 전시회장에 어울릴법한 앙다문 입술은 미소를 머금기 시작하고, 꼭 끼워졌던 팔짱도 스르르 풀어진다. 그리고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난 재벌 딸이야!" VS "난 비정규직인데"

미국 뉴욕 플러싱 코리아빌리지 내 열린공간에서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현지 시간) '박재동과 함께 하는 쿨투라 뉴욕 러브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시사만화가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 입구 옆에 전시된 '낙서예술'을 통해 이미 무장해제를 당한 관람객은 작은 엽서 크기의 '손바닥 아트' 앞에서 자신과 닮은 우리 이웃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아이고, 재동아! 너는 늙지 마래이', 주름살 깊게 팬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가 있고, 도장 파는 아저씨, 막차를 기다리는 아가씨의 뒷모습이 있다. 노량진 과일장수 김기봉씨가 있고, 또 다른 김 사장님도 있고, 밤 11시 넘어 피곤한 몸을 지하철 난간에 기댄 채 졸고 있는 직장인도 있다.
그리스 아테네의 한 골목시장에서 만난 농부의 얼굴이 있고, 동료 화가의 노래하는 모습이 있고, 탑골공원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중절모를 쓴 95살 노인도 앉아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놀고 있는 '도토리 같은 세 아이'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한 여인이 있고, 노량진 육교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상인들이 있다. '겁 없이' 박재동 화백의 얼굴을 그려준 미술학원 강사 옆에는 배우 윤정희씨가 "멋있는 조각가가 빚듯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 싶어요"라고 속삭이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전시장 한 켠에서 박재동 화백(58.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 위에 또 누군가를 그리고 있었다. 30여 년 전 미국으로 건너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75세 노인이 주인공이다. 박 화백과 마주 앉은 노인은 "주로 한인들만 상대하다보니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며 해맑게 웃었다. 사실 박 화백이 그 노인을 그리는 데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노인을 인터뷰하는 데는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작품 속에 단순히 얼굴 형태만 담는 게 아니라 그 노인의 삶까지 담기 위한 작업인 셈이다.

"제 그림은 손바닥만 하지만 그 안에 여러 가지 사연이 담겨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살고 있구나' 그런 소통이랄까, 미주 동포들과 대화를 해보자는 뜻에서 (작품들을) 가져왔다. 해외 전시는 처음이다. 내 그림 자체에 글이 많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전달이 안 되는 작품이 절반 이상이다. 하지만 한인들이 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988년부터 8년간 '한겨레그림판'을 통해 쏟아낸 그의 작품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이 수시로 등장했고, 대기업, 검·경, 안기부(현 국정원), 국회의원 등도 성역이 될 수 없었다. 민주주의, 남북화해, 환경, 노동, 인권 등 소위 우리 사회에서 '진보'라고 여겨지는 가치들이 그의 주된 작품 소재였다. 부정한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해학은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그래서 '시사만화가 박재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이번 전시회가 다소 낯설 수 있다.

"시사만화를 했던 게 오래 전인데, 아직도 '시사만화가 박재동'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어떤 점에서는 그 때 강렬한 인상을 줬다는 것이고, 또 달리 보면 그 뒤로 내가 다른 강렬한 성과를 못 보여줬다는 뜻일 게다.
라디오를 통해 행사 광고를 들은 동포 중에는 내 이름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이름은 들어봤네'하는 사람도 있다. 한겨레신문 독자 중에 찾아오시는 분도 계시더라. 이번 전시에서는 정치적인 것은 거의 뺐다. 그냥 보통 삶의 이야기들을 한 번 느껴보자는 콘셉트다. 어떤 강력한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소중함 같은 것이다. 그런 속에 사회에 대한 풍자나 메시지가 살짝 살짝 숨어있다."

실제 그냥 '낙서'라고 보기에는 심상치 않은 '작품'들이 여럿 있었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홍보포스터에는 해골이 두른 붉은 두건 위에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잡지에서 의류 광고를 하고 있는 두 남녀의 배 위에도 작은 글씨로 뭔가 적혀있다. 여성 모델의 배꼽 옆에는 '난 재벌 딸이야', 남성 모델의 배꼽 옆에는 '난 비정규직인데'.


"누구나 할 수 있는 낙서도 예술이 될 수 있다"

박 화백은 애니메이션과 함께 그가 해야 할 '시대적 과업(?)'으로 예술의 권력 분산 운동을 제시했다. 예술은 예술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창조 활동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손바닥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조지 워싱턴은 모두가 왕을 하려고 할 때 자신은 왕이 안 되겠다고 선포했다. 주권이 군주가 아니라 일반 민중에게 있다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고 열어젖힌 것이다. 그 힘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지 않았을까? 예술에 있어서도 주권이 예술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있다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에 현대적인 작품들이 많지만, 내 작품이 매우 첨단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손바닥 그림은 누구든 그릴 수 있다. 예술가만 창조하고 다른 사람은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창조하는 작가로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낙서, 심심풀이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도 애정을 갖고 진솔하게 한다면 소중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마치 소수의 기자에게 기사를 쓸 수 있는 독점적인 권력이 주어지면 정보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시민기자들이 생겨난 것과 같은 이치다. 누구나 창조를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못 그리든 잘 그리든 그것을 즐기자는 것이다."

박 화백은 이번 전시회 외에도 내달 3일까지 센트럴파크와 뉴욕 JFK공항 등에서 1분 내에 그린 인물 퀵드로잉을 판매한다. 이번 쿨투라 페스티벌의 수익금은 문화예술가를 꿈꾸는 뉴욕 한인 3세를 위한 장학금 등에 쓰일 예정이다.

기사제공: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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