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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전천후 내야수 박기남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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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박' 박기남을 아시나요?
KIA 타이거즈, 포카리박, 매의 눈, 박기남
모든 선수가 에이스라면 야구감독은 참 편한 직책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꿈과 다르기에 감독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선수들의 조합은 매번 달라지고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렇기에 야구는 '타짜'들의 한 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경기가 지지부진하고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감독은 묘수를 찾으려 골몰한다. 그때 감독의 의중대로 움직여주는 똘똘한 선수 하나가 있다면 그 걱정은 반으로 줄어든다. 10승 투수나 3할 타자도 중요하다지만 큰 그림을 그리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후반기 프로야구 판도를 지배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에 많은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 열풍의 가운데 'CK포' 최희섭과 김상현이 있지만 적지 않은 팬들은 어떤 한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 바로 김상현과 같이 KIA로 트레이드된 박기남이다.
KIA 팬들은 2000년대 초반에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강철민의 떠남과 고향으로 돌아온 김상현에 집중했을 뿐, 평범한 프로 5년차 내야수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LG 팬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김상현은 그렇다 치더라도 박기남까지 보내는 것은 손해라는 것이었다.
▲ 8월 29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박기남은 가장 늦게까지 훈련을 하는 선수였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쉬워보이지만 누구나 갖기 힘든 미덕이다.
"김상현은 그래도 이해하겠는데 박기남은 왜?"
2000년 2차 6라운드 지명을 받고 단국대에 입학한 박기남은 당시 LG 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었다. '아마추어답지 않게 변화구 대처가 뛰어난 타자, '공수주에 능한 선수'라는 평가와 함께 이종열의 뒤를 이을 내야수로 지목됐다.
"그때는 방망이 하나 믿고 자신 있게 쳤어요. 그런데 프로에 오니 아마 시절과는 다르더라고요. 타격폼도 바꿔야 했고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2004년 LG에 입단하고 시즌 초반엔 기대를 걸게 하는 내야수였지만 붙박이로 한 시즌을 온전히 보내기엔 뭔가 부족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는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안정된 기본기로 수비 하나만큼은 인정받았지만 타격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1군 2군을 오가고 벤치를 지키며 박기남은 조금씩 팬들에게서 잊혀가고 있었다. 2008년 11월 상무를 제대하고 다음 시즌을 맞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여기에 대형 FA 정성훈이 내야에 입성하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김)상현이랑 별다른 말도 못하고 허겁지겁 왔어요." 4월 21일에 단행된 2대 1 트레이드는 그에게 충격이었다. 나락으로 빠지는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일렀다. 부족한 중심타선과 내야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서 온 김상현과 박기남은 조범현 감독에게 새로운 카드였다. 김상현이 초중반까지 활발한 공격을 펼치면 박기남이 그 뒤를 막아내는 새로운 형태의 선수 운영이 나타났다.
A급 전천후 내야수
8월까지의 시즌을 마친 지금, 박기남의 성적은 눈에 띈다기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91경기에 나왔지만 경기 수에 한참 모자란 84타석 63타수, 안타는 고작 11개. 2할에도 못미치는 타율이다. 하지만 박기남의 진가는 수비에서 나온다.
많은 팬들이 안정적인 플레이에 만족하는 것처럼 팀내 코칭스태프의 신임도 두텁다. 김동재 수비코치는 박기남을 두고 "김상현이 빛이라면 박기남은 소금"이라고 평가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수비 하나는 홈런과 맞먹는다. 그만큼 가치 있는 수비를 펼치는데다 자신의 역할을 잘 숙지하고 활약하는 선수"라면서 든든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이적한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팀에 잘 적응해 활약한다. 주장 김상훈 또한 수비가 좋은 소금같은 선수라고 칭찬하니 그의 적응력을 알 수 있다.
"KIA로 오고 나서 아무 것도 모르겠고 저 혼자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있으면 바뀌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매의 눈, 선구 박기남 선생, 포카리박
▲ 박기남에 대한 팬과 동료의 평가는 한 마디로 '든든함'이다. 엉뚱한 수비를 하지 않고 감독이 지시하는 작전을 충실히 따른다.
ⓒ KIA 타이거즈 제공 박기남
박기남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김상현만큼은 아닐지라도 이미 KIA 팬 사이에서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란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 애정의 크기만큼 별명의 수도 비례하는 것일까? 이미 박기남은 몇 가지 별명을 갖고 있다. 공을 잘 골라내고 침착하게 타격한다고 해서 '매의 눈', '선구 박기남 선생' 등이 있는데 가장 '엣지'있는 별명은 포카리박일 것이다.
6월 24일 SK와의 경기 10회말 2사 1 2루. 김상훈의 안타를 본 박기남이 손에 물병을 들고 김상훈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최희섭이 홈에서 태그아웃을 당하자 끝내기 세리머니를 준비한 박기남은 머쓱하게 덕아웃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많은 팬들이 '포카리박'이란 별명을 지어주었다. 동료들이 알려줘 알긴 하는데 멋쩍다는 박기남이지만 팬들의 관심과 애정이 싫은 선수가 있으랴.
백업을 넘어 주전으로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위치보다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며 뛰기 마련이다. 2군들에게는 1군에 등록만 돼도 감지덕지라지만 1군에 있는 선수라면 치열한 주전 경쟁을 뚫고 당당히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이 꿈일 것이다. 박기남도 예외가 아니겠지만 그에게는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LG 코치 시절 박기남을 지도했던 이정훈 천안북일고 감독과 황병일 KIA 타격코치는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이정훈 감독은 "배터리가 압박을 느낄 수 있게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정신적 측면을 강조했고 황병일 코치는 "타격자세에 문제가 있어 시즌이 끝나고 같이 고칠 것"이라고 기술적인 면을 지적했다.
박기남도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위치가 대수비 요원이기에 저조한 타격을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역할에 노력하는 그다.
"백업으로 나가다보면 한 두 타석 들어서는 거라 감각을 잡기 쉽지 않아요. 코치님이 지적하신 내용을 경기 중에 적용시켜보려 하지만 아무래도 시즌 중에 자세를 고치는 것이 쉽지 않아 동계훈련 때 고쳐보려 생각중입니다."
KIA 타이거즈의 전천후 내야수 박기남은 그야말로 조커같은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경기의 어느 시점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만큼 KIA의 독주에 힘이 붙을 것이다.
"팀이 잘나가고 있으니 맡은 일에 더욱 충실해야죠. 팀이 우선이니까요. 무엇보다 누구나 저를 알게 할 수 있도록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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