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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엔딩
작성자 정신과의사 이종호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항상 결말이 똑같다. 액션영화라면 처음에는 도저히 물리칠 수 없을 것 같은 악당이 무자비하게 착한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러나 결국은 약점이 드러나서 착한 편이 물리친다. 드라마라면 주인공들 간의 갈등이 심하게 나타나서 어떻게 해도 화해할 길이 없을 것 같다. 그러다가 삶의 기본적인 태도를 바꿀 만한 작은 사건들을 통해서 등 돌린 마음이 변화되어 화해를 한다. 어지간히 영화 좀 본다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식상한다. ‘역시 할리우드 영화는 다 그래’라며. 영화에서의 할리우드 엔딩은 지겨울지도 모르겠지만 일상에서는 다른 것 같다.


진료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부정적인 정서가 오래 동안 유지되고, 성격 속으로 파고 든 사람일수록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긴 후 할리우드 엔딩 식으로 해결되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나빴던 아들이라면 술 한잔 하고 풀거나, 목욕이라도 같이 하면 서로 등밀어 주면서 맺힌 감정을 풀었어야 하는데 그런 기억이 없다. 아들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속이 상했던 딸이라면 둘이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얘기하며 밤을 지새면서 그동안 서운했던 일들을 털어놓고 공감적 반응을 마음껏 받으며 감정을 풀어본 기억이 없다. 부정적인 사람일수도록 한번 나쁜 사이가 되면 그걸로 끝이거나, 아니면 서로 어색해하며 어찌할 바 모르고 그냥 상한 감정을 마음 속에서 계속해서 삭히고 또 삭힌다. 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군가하고 한번 싸우면 끝이려니 하고, 더 심한 사람이라면 처음에 사이가 좋아도 언젠가는 싸우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지금 사이 좋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애초에 마음 문을 열지 않는다.


아마 사람은 서로 갈등하며 미움의 감정이 머리 끝까지 올랐다가, 그 감정이 해소되는 경험을 통해서 갈등을 통해서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할 수 있고, 대인관계나 감정을 조절하는 걸 배워가는 것 같다. 막막해 보여도, 결국에는 좋아지는 경험을 함으로써 한 줄기 빛도 없어보이는 어둠 속에서도 무지개를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일부터 설 연휴이다. 귀향길이 사이 좋은 이웃보다 더 가깝지도 않는 친척들을 만나러 가는 길일 지도 모른다. 술 한잔 하면서, 수다 떨면서 그동안 맺혔던 감정을 해소하는 경험들을 다들 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는 게 이런 거지 뭐’하며 웃으며 일상으로 돌아들 오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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