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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의 인권과 가해자의 인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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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만 해도 삼청교육대라는 곳으로 대표되는 통제와 억압적인 체제가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술 먹고 반정부 발언을 했다가 잡혀갔다 왔다는 반골기질의 선생님 얘기도 요즘 세상에서는 별로 와 닿지 않겠지만 그 시절에는 다들 있을 법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80년 대 후반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경찰이나 군대는 치안이나 국방을 담당하는 아름다운 조직이 아니라 ‘총자본으로서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폭력조직’이라는 좌파적인 시각이 도입되었고 그 여파로 통제와 억압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사형제도 폐지 운동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얼마 전에 성폭행을 당한 후에 끔찍하게 죽은 소녀의 얘기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형제도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면 사형제 폐지 쪽에 표가 더 많이 나왔을 법한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기사 댓글에서도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많아 보인다. 가해자 또한 피해자라는 주장도 없지 않아 보이지만 대세는 아닌 것 같다. 최근의 여론의 흐름을 보면 논리적으로는 가해자의 인권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구체적인 사건이 터지면 그 논조가 뒤바뀌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그 ‘구체적인 사건’들이 발생되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 억압적인 사회분위기가 풀리면서 더 평범한 사람들도 폭력에 가담하고, 그 폭력은 더 일상적인 것이 되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자행되는 것 같다. 폭행의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인 후유증 때문에 학교도 그만두고 오랜 기간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졌어도 가해자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잠재적인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못할 짓을 해도 별다른 벌을 받지 않는 걸 알고 두려움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빠져나갈 길이 있을 걸 알고 지능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
과거처럼 무차별적으로 억압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서는 안 되겠지만 폭력이 일상화되는 사회적 흐름에는 반전이 필요한 것 같다. 많은 주의와 세심한 고려를 해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건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심어 주어야 하고 최소한 어느 선은 넘지 말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 없는 현실 때문에 그 선을 넘을 만한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는 사회분위기의 조성일 것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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