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씨들의 반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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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저씨들은 예전 아저씨들과는 다른 모양이다. 포미(for me)소비라고 해서 자기를 위한 소비를 많이 한다고 한다. 시계나 양복에서부터 시작해서 값비싼 외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오직 자기를 위해서 값비싼 물건 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용이 아닌 자기를 사랑하고 약간은 자아도취적인 소비 풍조는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는 것 같아서 굳이 4050 세대의 중년층 아저씨들만 그렇다고 보기 힘들지만 다른 세대에 비해서 더 보수적이고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에 있는 아저씨들이 그렇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 하다.
왜 아저씨들이 가족들을 위해서 헌신이나 희생하지 않고 자기를 위한 소비에 골몰하게 되었을까? 왜 아저씨들이 가족이 아닌 자기에게 관심을 쏟게 되었을까?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나이 많은 중년들 사이에서는 ‘자식들도 다 소용없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아저씨들이 스스로 초래한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가족들의 책임도 크다. 지금 세상에선 아무도 가장들의 노력을 고마워 하지 않는다. 자식들은 돈을 더 잘 버는 다른 아버지들과 비교해서 비싼 사교육이나 좋은 컴퓨터, 해외연수 같은 선물을 주지 못하면 평가절하한다. 가장들의 노력이나 헌신을 고마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비난하고 무시한다.
성인애착검사라는 설문검사가 있다. 어린 시절에 부모와 얼마나 좋은 애착관계를 형성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지인데, 그 내용에 보면 부모와 관련된 기억을 쓰는 부분이 있다. 아버지는 주로 ‘무관심’, ‘엄격’, ‘부담’, ‘바쁨’ 같은 단어로 기억되며, 두 부모 중에서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더 가깝다고 한 사람은 0.1%도 안 된다. 그리고 기억되는 양이나 품질 또한 매우 열악하다. 자식들의 정신세계에서 아버지들이란 보잘 것 없는 존재이다. ‘가장은 현금지급기’라는 자조적인 말이 별로 틀린 말이 아니라고 여기는 아저씨들이 많다.
아저씨들은 이제 더 이상 희생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가장의 권위는 이미 반납했고, 가족들과의 친밀감 있는 관계형성 기술은 아직 오지 않은 올 해 봄처럼 저 멀리에 있다. 이제는 아버지라는 코뚜레를 풀고 젊은 시절 고생한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보답을 필요로 하는 감성적인 사춘기 소년의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
누구 탓할 건 없을 것 같다. 세상이 그리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가부장적인 일부일처제가 무너지고, 어른들이 후대에 대한 발언권을 뺏기고, 자진 반납하고, 늙어서 고생은 나중 일이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좋은 거 누려보자는 사고방식이 득세할 뿐이고. 그래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만 세금 내는 사람 고충 알아주면 가정이나 사회에 기꺼이 제 역할 하며 기여할텐데라는 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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