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는 아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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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 개와 심한~개'가 함께하는 인문학교
지난해 2월 19일 목요일, 달랑 4명이 학교 문을 열었다. 벌써 1년 전 일이다. 학생이기를 자처하는 40대 교장 심한기 선생님과 10대 성호, 준혁, 인석이(이들을 일컬어 세 마리의 개라는 뜻의 '세 개'라고 함)가 그 주인공이다.
심 교장은 청소년문화공동체 '품' 대표를 맡고 있고, 인문학교의 교장, 교사, 학생이면서 리더이며 정신적 지주다.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에서 소위 잘 노는 아이들의 대명사인 '세 개'는 강북구 청소년 문화 축제 '추락' 등을 직접 기획해 왔던 학생들이다. 심 교장은 누구보다 잘 놀던 이들에게 '인문학교'를 제안했다.
"잘 놀며 잘 살려면 인문학을 배워야 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잘 노는 것'과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연결점을 찾고 싶은 이유에서다. 10대 시절에 신나게 놀고, 재밌게 실험한 것들이 자신들의 삶과 미래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미래를 즐겁게 준비해 보자는 거다.
끊임없이 진화되고, 확장되며 스스로의 선택과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지속적인 힘(즐거운 삶의 에너지)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세 개와 심한~개의 인문학교(이하 세·심·교)'에서 찾으려 하는 것이다."
인문학, 요즘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 저기 튀어나오는 인문학이란 말이 낯설지가 않다.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인문학 학교가 열리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심지어 경영자들도 위기 대처와 사업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한다. 인문학이 위기라고 말하던 시기를 넘어 한국사회에서도 인문학의 힘을 믿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세계사에서 제국주의까지, 폭 넓은 역사 공부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그동안 배웠던 것들의 제목을 훑어보았다. 고대사, 국가,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선 세계사, 제국주의, 혁명 등이다. 역사를 성찰하며, 자기 삶을 혁명해 가고자 하는 야심찬 도전이 엿보인다. 이제 약속한 1년의 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들은 매주 1번씩 만나면서, 얼마나 자랐을까? 이들의 고백을 들어보았다.
"인류의 탄생부터 혁명까지 공부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던 좁은 관념을 깨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편견이 심했다. 내가 얼마나 편협한 사람임을 알겠고, 사람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혼자서 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 심 샘의 인도로 여기까지 왔다. 감사하다. 여러 책과 글을 읽으면서 나만의 관점을 세워가는 시간이었다."
세·심·교의 이야기들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간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들을 즐거운 방식으로 증명해 내가는 논문 준비에 한창이다. 자신의 생각, 느낌 그리고 더 나아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스스로의 삶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논문쓰기이다.
"'공부'가 입시와 취업을 위한 '목적'이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스스로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검증해 낸 세·심·교 학생들의 논문은 더욱 의미있다. 처음으로 도전한 논문쓰기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세·심·교 논문을 쓰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마지막 단계, 자기 고민을 담은 논문 쓰기
이들의 논문은 4월 말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논문을 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성호 : "이번 논문을 지금껏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해보려고 한다. '인문학을 통해 배운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된다'라는 말처럼 과거의 일들을 돌이키면서 앞으로 내가 살아가며 내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야할 것들을 찾아볼 것이다.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기준은 내가 세우는 것이고,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 없고, 누가 뭐라 해도 내가 당당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확신한다. 이번 세·심·교의 졸업식은 아름다울 것이며 앞으로 우리는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인석 :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으로부터 시작한 세·심·교의 논문 쓰기가 지금껏 만나온 우리들 삶의 과정들이 잘못된 욕구,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음을 떳떳하게 증명해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보편적인 사고와 바뀌지 않을 것만 같은 고정관념 그리고 사회의 목소리, 누군가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와장창 뒤집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즐겁지 않은 압박에 눌리지 않으며, 객관과 논리라는 함정에 빠져 스스로의 상상력을 잃지 않기를 희망한다."
준혁 : "자신의 생각들을, 자신이 만들어낸 가설에 대한 근거들을 찾고 검증하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또 한편으로는 새롭기만 하다. 이제껏 공부해왔던 것들을 단순히 내비치는 것이 아닌 자신이 공부하는 것과 그것을 토대로 한 생각들이나 질문들을 근거를 제시하며 검증해나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의 고통을 참아야 자신만의 논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남의 것을 멋대로 인용하고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 있지 않다면 도대체 그 논문은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은 없을 것이며. 남에게 떳떳하게 보이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책을 옆에 끼고 바쁘게 뛰어가는 고등학생이 보였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입시'에 목을 걸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은 언제쯤 구원받을 수 있을까. '세·심·교' 친구들에게 느낀 자유로움과 묵직함이 새삼 느껴진다.
출처: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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