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도 세트 메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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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가게 같은 데에는 햄버거와 마실 것 그리고 몇 가지 다른 먹을 거리로 세트메뉴를 만들어 판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각각 살 때보다는 싸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으니 먹는데 많은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파는 측에서 봐도,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고 세트라는 장점 때문에 전반적인 매출이 늘어나니 나쁠 것은 없어보인다. 그러나 세트 메뉴는 먹기 싫은 것을 먹어야 할 때도 있고, 대개는 각각 잘 만든 음식 보다는 품질이나 격조가 떨어질 때가 많다.
마음에도 이와 같은 세트 메뉴가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주는 감각적인 자극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모나 목소리가 감각 정보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생각을 한다. 소개 받는 자리라면 날 좋아할까?하는 기대와 안 좋아하면 어떻께 하지? 라는 식의 고민을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 사람이 의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보처리의 세트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은 아무런 이유 없이 내 기분을 별로 안 좋게 한다. 반대로 내게 해준 것도 없는 데도 더 퍼주고 싶고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의 과거에 숨어 있다. 과거에 좋았던 사람이나 나쁜 사람과의 기억이나 감정이 의식하지 못하는 채로 저장되어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될 때마다 같이 따라 나온다. 남들이 싫어하는 외모의 사람이라도 자기 기억에 좋게 저장되어 있으면 그 사람을 만날 때 남들보다는 훨씬 더 부정적인 감정이 덜하다. 쉬운 예로 너무 좋아하는 아빠가 대머리에 배가 나왔고 맨날 그 배 위에서 놀았던 경험이 너무 좋은 여자라면 선 보는 자리에서 대머리와 튀어 나온 배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미워 보인다.
이런 점들은 컴퓨터로 측정할 수 없는 추상적인 것들이다. 비슷한 조건의 사람이나 일이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이와 같은 마음의 세트 메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객관적이고, 측정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 쓰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고르면 혼란에 빠지기 쉽다. 밖에 볼 때, 멀리서 바라볼 때는 전혀 보이지 않은 다른 것들이 더 크게 자신에게 작용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가 금방 그만 두어 다른 사람들에게 타박을 받고, 너무 좋아하면서 결혼을 하고 나서 축가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어른거리는 데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이다.
세상을 단편적으로 봐서는 이런 함정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전체를 아울러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받아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꾸 해보면 된다. 사람이나 일을 대할 때,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 현재와 과거를 같이 봐야 하고, 때로는 보이지 않은 미래를 그려보면 된다. 한 번과 열 번이 다르다. 자꾸 해보면 삶에 대한 통찰이 생긴다. 한번 다른 세상이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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