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이버시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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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집단주의적인 사회였고, 미래로 갈수록 개인의 개성이나 자유 그리고 프라이버시가 존중을 받는 방향으로 역사의 수레바퀴가 자기 길을 가고 있다.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개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의미하는 프라이버시는 앞으로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는 아직은 그 형체가 분명하지 않고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큰 관심을 받게 된 계기가 된 사건 2가지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가수인 어느 부자와 아들과 사귀었다는 한 여성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타블로와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는 ‘타진요’라는 인터넷의 활동이 이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두 건은 그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과 그 주변 인물의 사생활 보호에 관한 주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특히 타진요의 경우는 이전의 어떤 사건과도 달랐다. 그 정보력이나 집단적인 협조체제는 단순한 인터넷 악플러와는 달랐다. 더구나 글에서 풍겨오는 그 구성원들의 사회적 위상이 열등감에 찌든 사람들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타진요의 게시물을 보고는 아직 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증명꺼리가 남아 있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미국의 유명한 야구 선수의 어록이 떠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번의 타진요는 자발적이고 정의감에 바탕을 둔 집단이었지만 그 파괴력은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누군가 정보력을 가진 집단이 이번과는 달리 정말 악의적으로, 휠씬 선량한 일반 시민을 타겟으로 삼는다면? 만약 한 정치집단이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해 ‘외곽을 때리는 고도의 수법’으로 이런 식으로 자발적으로 보이는 인터넷 카페에 한 개인의 신상을 다룰 수 있는 사회적 동의를 주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새로운 사업 수단을 찾는 조폭이나 그 의도가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의 좋은 아이템이 된다면? 이런 질문들을 해 봤을 때 해피엔딩이 그려지지 않는다. 사생활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분노에 차서 추궁하는 입장에 서 있지만 다음엔 그 칼날이 자신에게 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는 더 이상 뭐가 더 좋으냐?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다. 물은 엎질러 졌고, 타진요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신상캐기’는 부인할 수 없다. 답은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있을 것 같다. 사생활 보호를 더 엄격하게 하면 간단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런 호기심이 생길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단서가 따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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