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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젊은 남자랑 연애하니까 어떠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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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호현 감독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
다큐멘터리 영화는 매력 있는 장르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기록하는 영상물인 동시에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시 재구성하기도 하며 일반인들의 평범한 삶을 기록으로 남겨서 많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다큐멘터리 장르 자체가 우리 삶을 기록하고 영상물로 남긴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봐왔지만, 개인의 연애사를 기록으로 남긴 작품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는 13일 개봉 예정인 <쿠바의 연인>은 연애사를 영상에 담은 작품이다. 그것도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정호현 감독의 연애사를 담고 있다. 관광객으로 쿠바에 간 정호현 감독은 그곳에서 자신의 남편인 오리엘비스를 만난다.
정호현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쿠바에서 4년 동안 살아오면서 겪어온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비단 이 작품엔 남편과의 연애사뿐만 아니라 쿠바의 일상적인 모습 역시 함께 담겨 있다. 이런 낯선 일상들을 통해서 한국과 쿠바의 다른 문화적인 차이를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쿠바란 국가의 문제점과 함께 우리 사회가 낯선 이방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쿠바의 연인>이 여태 것 한국 극장가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주제를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란 점이다.
"연애뿐만 아니라 쿠바와 한국의 현실적인 문제도 담고 있어요"
- 다큐멘터리 영화 <쿠바의 연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쿠바의 연인>은 연애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완전한 연애, 로맨스를 그려나가는 작품은 아니에요. 로망이나 낭만적인 시선을 넘어서 실제 쿠바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며, 또한 한국 사회가 폭탄머리의 흑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쿠바의 연인>이란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게 되었습니까?
"처음 쿠바를 갔을 땐 쿠바의 매력에 거의 미쳤던 것 같습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게다가 구릿빛 남자들이 뭔가 원색적이었고 기분이 날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쿠바에 좀 더 오래 머물 계기를 찾았고 4개월간 쿠바한인후손 촬영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게 문광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어요. 4개월 머물면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지금의 남편 오리엘비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언어를 배우고 애인이 생기면서 쿠바 사회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는데요. 사실 그게 아주 힘들었습니다. 이유는 쿠바 사회가 그렇게 섹시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쿠바를 단지 낭만적으로만 그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단지 내 나라의 지긋지긋한 것의 도피처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오로와 연애 및 동거를 하면서 다시 쿠바에 대한 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모순도 많지만 일단 사람들이 너무 따듯하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춤과 음악을 즐기고, 아무리 가난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아주 존중하고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쿠바의 모순 및 쿠바의 미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확실히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나의 연애를 한 라인으로 잡고 쿠바 사회의 맨살을 보여주면서 그와 대조된 우리 사회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잘 살지만 참 웃음이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흑인에 폭탄머리를 한 오로를 맞이하는 한국 사회를 보여주면 그냥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쿠바의 연인>이 탄생했습니다."
"문화가 다른 두 연인이 만나는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 개인의 연애사도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이기에 남들에게 선뜻 공개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연애라기보다 문화가 다른 두 연인이 만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쿠바 사회, 그리고 우리 사회와 그 속에 인간들의 사랑 이런 것들이 주제여서 별로 힘들진 않았습니다. 아마도 둘이 사랑하는 장면에 대한 질문일 것도 같은데요. 그건 주변 친구들이 호기심에 '흑인 젊은 남자랑 하니까 어때?' 하면서 짓궂게 질문했어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쿠바는 몸을 드러내는 것이 그렇게 힘든 사회가 아니에요. 8mm로 바나나 밭에서 찍었는데요. 뭔가 좀 더 원초적인 인간으로 돌아간 느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다큐멘터리의 주 배경이 되는 나라가 쿠바인만큼 한국과 문화적 차이가 많을 것 같습니다. 촬영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화적 차이는 무엇이었습니까?
"쿠바는 정말 느려요. 아마 한국인이었다면 거의 죽을 지경일 것입니다"
"한국은 다르게 취급한다는 것이 너무 확실한 나라"
- 작품 속에 쿠바의 현실적인 부조리도 담겨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쿠바가 무조건 낭만적인 곳 혹은 우리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갖고 있는 나라로만 묘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했습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가능한 한 현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쿠바는 이슈화 하지만 않는다면 쿠바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단 정치적으로 문제화 한다면 아마도 무슨 일이 일어나겠지요."
- 쿠바에서 살아온 남편의 눈에 비친 한국은 감독님이 쿠바에서 느낀 것과 또 다른 문화적 충격일 것 같습니다. 오리엘비스씨의 눈에 비친 한국과 쿠바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한국하면 '빨리빨리'다. 오로가 제일 먼저 배운 말도 '빨리빨리'입니다. 일단 한국의 편리함, 예를 들어 인터넷, 전화, 대중교통 등등이 달콤한 유혹입니다. 오로가 너무 좋아했습니다. 쿠바에선 모든 것이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특히 인터넷은 디자인과 학생으로서 정말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흑인이자 이방인이란 것을 너무 확실히 알 수 있는 한국 문화를 느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르게 취급한다는 것이 너무 확실한 나라'란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한 교사로 일을 하면서 학생들이 낮이나 밤이나, 주말이나 주중에 공부만 그것도 암기 중심으로 하는 것을 보더니 혀를 내둘렀습니다. 창의적이지도 않은 시험에 통과하는 것이 목적인 삶을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차츰 한국 사회가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쿠바에선 적은 돈이라도 돈 걱정 없이 할 것 하면서 살았는데, 한국은 돈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습니다. 오로가 처음에는 월급을 받았을 때 마치 백만장자가 된 것처럼 느꼈습니다. 생전 처음 만져보는 큰돈에 너무 흥분해서 '저축도 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면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그랬습니다. 하지만 곧 월세에, 아이 어린이집 비용에, 이것저것 하고 나니 남는 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더니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 마지막 질문으로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을 준비하고 계신지 이야기해주시겠습니까?
"저 스스로 너무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다시 쿠바 이야기인데요. 쿠바로 가서 이번에는 제가 빠지고 '사랑하는 관계'에 관한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약 6명의 주인공을 일 년 정도 따라다닐 예정입니다.
이들이 겪는 사랑의 경험과 헤어짐의 경험,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 그 사이 많은 사랑에 대한 생각과 상대방에 대한 애정, 그리고 증오 등을 담고 싶습니다. 나의 관점은 특히나 '헤어지지만 적이 되지 않고 친구로 남는' 그런 쿠바인들의 사랑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자료제공: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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