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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주의자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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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사 생활을 하다보면 완벽주의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완벽주의자들은 완벽하지 못하다. 일을 성취하는 면에서나 심리적인 만족도가 아주 낮다. 더 역설적인 점은 완벽하지 못한 이유가 완벽주의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완벽주의자들은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며, 완벽하지 못하면 불안해 한다. 왜 완벽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부터 습관적으로 완벽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의 습관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왜 완벽해야하는 지 이유도 모른 채 완벽하지 않을까 걱정만 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꼭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완벽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완벽하게 어떤 일을 처리했다고 해서 별로 기뻐하지는 않는다. 완벽주의자들에게 완벽은 기본이고 기본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굳이 좋아할 만한 일이다.
완벽주의자들은 대개 완벽하기를 요구받았던 과거가 있다. 처음에는 외부의 인물이 자기에게 그런 요구를 했겠지만 점차 그 사람이 자기 마음 속에 들어와서 같은 요구를 한다. 즉 외부의 인물이 내면화되는 것이다. 이유도 모르는 맹목적인 요구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처음에는 그것이 달리는 말에 채찍처럼 작용해서 또래들 보다 더 나은 성취를 이룬다. 하지만 말도 계속 맞으면 아프고 지쳐서 기운이 빠지는 것처럼 사람도 그렇게 된다. 점차 목표로 한 일을 제대로 못한다. 그렇게 되면 보상적으로 목표는 더 높아진다. 기존의 낮은 목표도 이루지 못한 완벽주의자에게 새로 설정된 더 높은 목표는 도저히 이루지 못할 목표이자, 넘지 못할 산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예 일을 시작도 못한다. 사소한 일에도 너무 신경을 써서 피곤해진다. 권태와 짜증이 나타난다.
이렇게 지쳐서 무기력증과 자기 비하라는 우울증상이 있는 완벽주의자들을 처방은 원칙적으로는 간단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는 것이다. 치료의 핵심은 이 처방을 받아들일 만한 처방으로 포장하고 집에 싸가지고 가게 설득하는 일이다. 조금만 얘기를 해봐도 완벽주의가 자신을 더 힘들게 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자신이 퇴보하고 영원히 완벽해 보이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이기기 힘들다. 해답은 자신이 완벽주의나 완벽해 보이는 성취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더 소중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 있다. 물론 그 가치는 다른 어디가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이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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