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이 말을 듣지 않을 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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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지적인 능력이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임에 분명하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위치에 오르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지적으로 매우 뛰어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대학교수, 법조계인사, 정치인 등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것을 보면 꼭 지적인 능력이 모든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은 지적인 능력이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역할이다. 90년대 이후 EQ 즉 감성지능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아주 낯선 것도 아니지만 아직도 그 스펙이란 것 때문에 감정을 소홀히 할 때가 많다.
감정은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한다. 불이 났을 때 화재 경보기가 울리지 않으면 큰 피해가 있듯이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불안이라는 센서가 작동을 하지 않으면 위험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감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 센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이다. 즉 너무 예민해도 문제가 되고, 너무 둔해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 20대 후반의 여자 분이 남자친구와 함께 진료실로 찾아왔다. 그 여자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유학까지 갔다 왔으며 그야말로 스펙이 뛰어난 편이었고, 직장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감정 조절이었다. 그토록 지성적으로는 뛰어난 그녀였지만 감정이 불안정해서 남자친구와의 사소한 문제에도 감정이 폭발하는 일이 잦았으며 그 때마다 업무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남자친구에게도 헤어지자는 말을 하거나 감정을 폭발하여 관계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남자친구의 경우 평상시에는 애교가 많고 능력도 뛰어난 그녀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짜증을 내거나 헤어지자고 하는 것에 대해 많이 지쳐있었다.
감정조절능력은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이유를 자꾸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 하는 것이, 간단하지만 당연한 해결책이다. 감정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없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너무 막연하거나 깊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는 때로 찾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면담을 할 수 없거나,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면 자기 이해는 쉽지 않다. 다만 그 뿌리는 찾기 힘들어도 어떤 감정의 결과나 자기 삶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왜 화가 나는 지는 몰라도 화를 내서 내게 돌아오는 사회적 비용청구서는 구체적이니까. 그런 결과를 자꾸 떠올리고 자기보호적인 관점에서 생각을 하면 감정도 누그러들 수 있다. 그래서 나쁜 일이 조금이라도 덜 생겨야 감정도 더 편해진다. 아쉬운 대로 그렇게라도 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자기를 보호하는 마음으로 세상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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