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HOME > 커뮤니티 > 컬럼초대석 |
|
|
|
| 모든 건 마음 먹기 나름이다. |
|
신라시대의 고승 원효대사가 서역으로 유학길을 가다가 어느 날 밤 동굴에 자게 되었다. 밤에 잠결에 하도 목이 말라서 주변을 더듬다가 바가지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안에 든 물을 마셨더니 너무 달고 좋았다한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전날 밤 그리도 달게 마신 물이 해골 썩는 물이어서 기겁을 했다. 즉 자기 마음 먹기에 따라서 가장 지저분하고 역겨운 것이 좋은 것이 되었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원효대사는 유학길도 마다하고 돌아왔고, 그 깨달음대로 그는 우리 역사에 길이 빛나는 고승이 되었다. 이것이 일체유심조라는 구절의 유래다.
진료를 어느 정도 하다보니 작지만 마음 깊이 공감하는 깨달음을 느낄 때가 있다. 우리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증상(현실)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식) 두 가지라는 것이다. 증상이 심한 사람이 더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의 이상으로 인한 증상이 심해도 그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면 그 괴로움의 정도가 달라진다. 정신질환 중에서는 가장 심한 병에 속하는 정신분열병 환자 두 분이 생각난다. 한 사람은 약도 열심히 복용하고 잘 지냈다. 그런데 증상에 대한 두려움이 심했다. 그래서 한동안 증상이 없다가 다시 환청소리가 들리는 증상이 생기자 많이 힘들어 했다. 약을 올리기 시작해서 거의 20배 가까이 증가되었다. 한 달에 3,4번 정도 환청이 들리지만 아직도 마음이 괴롭고 약물을 줄일 생각이 전혀 없다. 반면 어떤 분은 부작용이 예민하게 나타나는 편이라서 약을 필요한 만큼 쓰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크게 힘들어 하지는 않는다. 환청이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들리지만, 그러려니 하고 받아넘겨서 그렇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그 분과 비교하면 약물의 역가는 1/3 정도 된다. 염려하고 의식하는 사람은 증상의 심한 정도는 훨씬 덜하지만 약물은 더 많이 쓰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보다 약물을 덜 복용하는 기현상이 생겼다. 이 또한 마음 먹기에 따라 생긴 일이다.
이 극단적인 두 사람의 예가 아니어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있다. 처음에는 남들로 치면 다 나을 정도의 증상 가지고 심한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면 뭔가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쌓으면서 그 마음에 공감을 하고 이 설명을 하자 많은 분들이 증상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약물도 덜 쓰고 일찍 끊을 수 있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이 느끼는 가장 큰 위기감이나 박탈감은 모든 것이 나빠졌을 때가 아니라 나빠지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것 같다. 비관하고 힘들어 하지만 결국에는 그때는 그나마 좋을 때였다고 회고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현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힘든 현실에 더해서 그것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 좌절은 힘든 현실이 아니라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오기 때문이다. |
|
|
| |
|
| |
|
|
 |
다음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