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제수지를 조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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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로이터 통신은, 한국 정부가 비축석유 약 천만 배럴을 70달러에 국내 정유사에게 빌려주겠다고 제안을 했고, 이것은 국제수지를 흑자로 왜곡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쓸 수 있는 달러는 거의 없고, 국제수지까지 조작하여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날 석유가격은 얼마였을까? 최소한 이런 통계라도 확인해보고 글을 쓰는 것이 기자의 기본적인 의무일 것이다. 세계 석유가격의 표준인 미국 WTI 가격은 62.73/배럴이었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 가격은 54.94달러/배럴이었다. 국제 석유가격이 이처럼 낮은 수준인데, 정부가 그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비축유를 정유사에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배럴 당 무려 15달러나 비싸게 빌려준다는데, 정유사가 이걸 수용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국제수지 조작을 위해서? 터무니없는 얘기일 따름이다. 그 비축유는 아마 올해 들여온 것일 것이며, 이미 우리나라 국제수지 적자에 이미 반영된 비축유일 것이다. 이런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경제부 기자나 경제전문가가 살기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소리가 통하니.
올해 상반기 중반쯤 석유가격이 140달러/배럴을 넘어가던 때, 연말에는 200달러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었다. 그 예측은 석유와 관련된 미국 기관 혹은 전문가에게서 주로 쏟아져 나왔다. 이때 그들은 석유가격이 이미 천장에 이르렀고, 조만간 폭락할 것으로 예측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예측을 난무시켰을 것이고, 우리 정책당국은 이런 정보에 완벽하게 휘둘렸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정책당국은 '이것 참 큰일났다. 지금이라도 사두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의무비축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엄청나게 비싼 값에 사서 비축해두었을 것이다. 반면에, 미국의 석유관련 금융기관들은 확보해두었던 석유선물을 아주 비싼 값에 모두 소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석유가격은 그때보다 거의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럼 우리 정책당국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석유 비축에도 많은 돈이 들어가므로, 의무비축량보다 더 많이 저장한 석유는 내다팔 수밖에 없다. 로이터 보도대로 천만 배럴을 방출한다면, 8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우리 돈으로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석유도입 가격 140달러 - 현재 가격 55달러) X 천만 배럴 X 10월28일 환율 1,467.8원/달러 = 약 1조원, 이것이 그 계산식이다. 이런 손실이 발생하면 당초 비축 결정을 내렸던 최고 정책당국자는 어떤 대책을 마련할까? 실무자에게 손실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할 것이다. 최대 손실액이 1조 원은 넘지 않도록 하라고. 그럼 실무자는 어떤 일을 할까? 정유업계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손실은 석유 판매가에서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하면, 정유업계는 받아들일 것이다. 이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로이터 등 외신은 참 집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소재는 그것이 무엇이든 동원한다. 아무리 터무니없더라도, 그게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일지라도,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의 달러 선물을 아직 완전히 소화시지 못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들을 대변하는 이유가 이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라면, 아직도 남아 있는 공포분위기가 위와 같은 기사를 작성하게 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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