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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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의료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아서 적절한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와 닿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뭐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
며칠 전 의사들이 자기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절차가 마감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같은 비보험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들이 인기순위표의 상위권을 차지하였다. 반대로 흉부외과나 외과처럼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과들은 많이 미달되었다. 미달이 된다는 의미는 실력있는 의사가 선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다는 점과 그나마 그 과를 선택한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아서 빈 사람의 자리를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힘들어져서 추가적으로 지원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전공의 할 때도 외과나 흉부외과 같은 곳의 전공의들이 제일 불쌍하였다. 한달 내내 집에 가지도 못하고 누구 하나 도망가면(힘든 과의 전공의들이 도망가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더 힘들게 일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전문의가 되면 의료사고에 떨고, 과로에 떨어야 한다.
의사들이 더 괴로워 하는 것은 아무도 그런 고충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 의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았을 때는 괜히 엄살 떤다고 하였고, 지금은 못나서 경영을 못해서 적자 나는 걸 가지고 제도 탓을 하느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일반인들의 대세라고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허준이나 인술을 찾는다고 문제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다 열심히 일해서 그 보상을 받으려 하는데 의사들에게만 봉사 정신을 강조한다.
북한에서 천리마 운동처럼 영웅주의를 강조했지만 다 알다시피 자기 국민들 굶겨죽이고 있다. 의료가 잘 돌아가려면 허준 같은 의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의사질’ 평범하게 해서 그동안 노력한 것을 보답 받고 산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게 안 되니까 생명과 직결된 과들의 지원율부터 낮아지고 있다. 나라에서는 그 대책으로 기피과들의 수가를 3% 인상을 해준다고 한다. 아무런 의미 없는 수치이다.
영국 같은 곳에서는 의사들이 공무원처럼 일을 한다. 그래서 큰 병이 나도 몇 달을 기다리지 않으면 진료를 받을 수도 없지만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하다. 10년 정도 지나면 실력 유무를 떠나서 외과의사나 흉부외과 의사 자체를 만날 수가 없을 지도 모른다. 암 진단이 나와도 수술 스케줄에 밀려서 기다리다가 병이 악화되어 불행한 일이 생기면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렇다고 나라에서 돈을 투자해서 사관학교처럼 의대를 운영해서 의사를 양성하지도 않는 이상 강제로 기피과를 하게할 수도 없다.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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