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은 왜 일어났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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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는 유동성이 과잉이 심각한 문제였다. 기업에는 사내유보금이 마냥 쌓이기만 했고, 금융기관은 남아도는 돈을 주체치 못하고 가계대출을 늘리기에 바빴다. 이런 과잉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을 넘나들면서 주가지수를 끌어올렸고 부동산 투기를 일으켰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갑자기 자금경색이 심각해졌다. 조선업계와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다른 기업들도 차환대출조차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출을 독려해도 은행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실정이다. 대출할 돈이 말랐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 많던 돈이 어디로 갔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우리나라 국제수지에서 쉽게 찾아진다.
10월 중의 경상수지는 49.1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가 255.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금융기관의 해외 차입금 상환이 무려 262.5억 달러에 달했고, 이것이 금융기관의 자금경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0조원 이상의 돈이 갑자기 국내 금융기관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그럼 해외 차입금은 왜 이처럼 큰 규모로 상환되었을까? 당연히 환차손 때문이다. 달러 환율은 7월 말에 1,012원이었으나, 8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을 시작하여 10월 말에 1,291원으로, 11월 말에는 1,469원으로 뛰었다. 엔화 환율은 7월말 829원에서 10월 말 1,316원, 11월 말에는 1,541원으로 뛰었다. 만약 3억 달러를 들여왔다면 불과 4개월 사이에 1억 달러나 손실을 봐야 했고(1,012원 X 3억 달러 ÷ 1,469원 = 2억 달러), 만약 100억 엔을 들여왔다면 46억 엔을 손해 봐야 했다(100억 엔 X 829 원 ÷ 1,541원 = 53.8억 엔). 이런 환차손이 더 이상 커지기 전에 국내 금융기관은 해외 차입금의 상환을 서둘러야 했고, 외국계 금융기관은 투자금을 서둘러 회수했던 것이다.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은 이렇게 발생했다.
그럼 환율은 왜 이처럼 폭등했을까? ‘9월 금융위기설’로 대표되는 외환위기설 때문이다. 외환위기설이 외환시장에 공포감을 불러왔고, 이것이 환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켰다. 그럼 외환위기설은 진짜일까? 그 핵심 내용은 단기외채의 상환이 외환보유고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으나, 이것은 상식 밖의 발상이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해보자. 국내 은행의 예금 총액은 600조원을 훨씬 넘고, 요구불예금도 70조원을 훨씬 넘지만, 지불준비금은 27조원에 불과하다. 그래도 예금 인출사태는 벌어지지 않으며, 은행이 망하는 일은 더더욱 벌어지지 않는다. 예금이 인출되는 만큼 새로운 예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단기외채도 마찬가지로서, 유출되는 만큼 새로운 단기외채가 들어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단기외채의 거의 절반(45%)은 외국계 금융기관의 본지점간 거래로서 우리나라가 갚아야 할 의무도 없다.
그럼 현재의 환율은 정상적인 수준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환율은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의 통화에 대해서조차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20~30%나 상승했다. 이것은 이성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외환위기설이 불러온 공포감이 이런 환율 폭등을 불렀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당연히 금융시장의 공포감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그러면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고,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외국자본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으므로 국내에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다. 그러면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경색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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