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을 비축할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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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울산 현대에서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김정남 감독이 사퇴했다. 우승도 하고, 좋은 성적도 올렸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수비 위주의 축구를 추구했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관중들은 화끈한 공격축구를 바라지만 성적에 자리가 걸려 있는 감독들은 일단 지지 않는 수비축구에 마음이 더 끌릴 것 같다. 경기 내내 수비만 한다면 정말 재미없겠지만,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의 허점을 노려 역습을 가하면 경기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나름의 묘미가 있다. 반대의 경우가 히딩크 감독이다. 2002년 월드컵의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히딩크 감독이 지고 있는 경기에서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더 투입해서 승리한 것은 참 감동적인 드라마였지만, 그런 행운이 현실에서 자주 반복되는 일이 아닌 걸 아니까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때론 인생에서도 그런 모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성공사례를 보면 부럽다. 하지만 모험은 자기 걸 다 걸어야 하는 결단이 필요하고, 지면 그걸로 끝이다.
작년 가을 한달 동안에 그만 둔 음식점이 수천 곳이었고, 요즘은 폐업 절차를 도와주는 업자들은 불황을 모른다고 한다. 퇴직 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먹는 장사였고,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었지만 이젠 선듯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게 되었다. 먹는 장사가 이러니 다른 일은 더 하다. 뭘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은행이자로 살기에도 이자가 그리 높지 않고 투자는 “반토막 펀드”가 유행어가 되는 시절이다.
이런 때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은 그래도 조급하게 뭔가를 시도하는 유형과 불안에 휩싸여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지내는 유형의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일을 시작하는 것은 현실에 기초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일을 벌린다는 의미이다. 호황기에 남들 따라만 하면 일이 될 때라면 적당히 흉내만 내면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수만 성공하는 때라면, 성공의 이유와 실패의 이유를 정확히 따져서 조금이라도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서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때가 아니라면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그것도 능력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권장사항은 아니다. 목표 없이 대충 시간만 흘러보내면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은 준비를 한다. 식객이란 만화를 보면, 좋은 음식은 재료 준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자기가 하려는 일에 무엇이 필요한 지 먼저 알 수 있다면 당장 일을 시작하지 않더라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이 불경기가 언제까지 갈지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불황 뒤에는 호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안다. 호황기에 웃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그것이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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