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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발 금융위기와 파생금융상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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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바야흐로 전 세계에 확산되는 것 같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흔히 주택대출 파생금융상품이 현재의 금융위기를 불렀다고 말한다. 그럼 이 파생금융상품은 무엇일까? 부실 위험도가 서로 다른 주택대출 채권을 여럿 묶어서 하나의 증권으로 만든 뒤, 이것을 다시 쪼개어 판매한 것을 뜻한다. 이 증권은 위험도를 분산시켰으므로 안전하다고 믿어졌고 그 수익률도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서 대체적으로 높았으므로 금융시장에서 쉽게 판매되곤 했다. 이렇게 조성한 자금을 주택 매입자에게 대출해줬고, 이 대출에 힘입어 주택 구입이 활발해졌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거품을 형성했고, 이 거품이 꺼지자 주택대출 파생금융상품은 거의 모두 부실해지고 말았다. 결국 파생금융상품을 사들인 곳은 물론이고 그것을 만들어 중개한 금융기관들까지 부실해지는 결과를 빚었다. 프레디맥이나 페니매와 같은 공적 주택대출 기관은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했으며,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그리고 메릴린치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들마저 도산하거나 인수당해야 했다. 이런 정도라면 미국의 금융위기는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파생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할까? 아니다.
파생금융상품은 위험을 분산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금융위기를 완화시켜 왔다. 그래서 미국의 경기팽창 기간이 과거보다 훨씬 길었었고, 경기하강이 나타나는 횟수도 훨씬 더 줄었었다. 또한 경기변동의 진폭도 과거보다는 훨씬 더 작아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파생금융상품은 금융시장의 발달에 기여했다. 미국의 투자율은 19% 대에 불과하지만, 23%가 넘는 일본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투자율이 21~23% 대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29~30% 대에 이르는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즐긴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시장 발달이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파생금융상품이 발달하고 금융투기가 만연한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이, 파생금융상품을 거의 모두 금지하고 금융투기마저 철저하게 규제하는 우리나라보다 금융시장이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이다. 금융투기가 오히려 금융위기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오히려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부시 전 정권의 감세정책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연간 7~8천억 달러까지 증가시켰고, 이것이 금융시장을 압박하여 금리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는 2003년 4.0%에서 2006년 8.25%까지 상승했고, 이런 이자율의 급상승은 주택대출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켰으며 결국 주택대출을 총체적으로 부실화시켜 금융위기가 심화되는 결과를 빚었다. 부시 정권의 감세정책이 금융위기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항간에는 FRB 전 의장인 그린스펀이 금리를 2000년 12월 6.50%에서 2003년 1.0%까지 떨어뜨린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나스닥 붕괴와 9·11 사태에 따른 경기 후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을 따름이다. 그린스펀의 금리인하를 비난하는 것은 이런 예방조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만약 방치했다면 경제위기는 당시에 이미 벌어졌을 것이 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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