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숙려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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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리나라의 높은 이혼율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필자도 이혼율이 50%라는 보도를 보고 놀라서 자세한 내막을 찾아 보았었다. 그러다가 법조계에서 몇 주간의 생각할 시간을 갖고 다시 이혼처리를 하는 이혼숙려제도를 시행하자 이혼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 제도는 순간적인 감정이나 충동에 이끌려 덜컥 이혼을 해버리는 경향을 줄이는 데 기여를 했기 때문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료 중에 만나는 부부들을 생각해보면, 남편이나 부인이 아예 나쁜 사람이 아닌데도 둘이 서로 어울리지 않아서 같이 사는 게 답답해 보이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혼을 방지해서 좋다고 느끼기 보다는 결혼 전에 이런 기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결혼숙려제도 같은 걸 만들어서 결혼하기로 한 사람들이 한 3주에서 한 달쯤의 기간 동안 주 1,2 회 정도 시간을 만들어서 자기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두 사람의 심리적 궁합 같은 걸 맞춰보고 어떨지에 대해서 공부와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나서 결혼을 서로 허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혼과정을 보면 우선은 서로 감정에 빠져서 연애를 한다. 서로 깊이 빠져 사랑을 하다보면 굳이 결격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결혼 생각을 한다. 둘이 같이 살면, 게다가 아이를 낳으면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두 사람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이 없다. 얘기를 들어봐도 장님 꼬끼리 만지는 식이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현실을 보기 보단 둘만의 로맨틱한 감정과 약간의 환상 속에서 장미꽃이 깔린 결혼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며 행복감에 빠진다. 요즘에는 프로포즈하는 이벤트도 성행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남자가 여자에게 결혼하자고 신청을 하는 이벤트다. 물론 서로 다 얘기가 되어서 마지막 요식행위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긴가 민가 망설이던 여자가 그런 이벤트에 감동을 받아서 결혼을 승낙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부터는 냉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예단과 혼수 때문에 여자는 울고 남자는 답답해 한다. 결혼하고 나면 사랑은 생활이 된다. 달콤한 솜사탕 같던 연인들은 치약 짜는 것 가지고도 싸운다. 그리고 새삼 자기 모습, 상대방의 모습에 눈이 떠져서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한다. 그러나 그땐 이미 둘이 부부라고 세상을 향해 크게 외치고 난 이후이기 때문에 섣불리 번복할 수도 없다.
가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사회구조이다. 이 기본구조가 불안정해지면 사회 전체의 안정성이 깨진다. 그런데 이미 많이 깨졌다. 예전엔 속상해도 그러려니 하고 살았지만 이젠 큰소리가 난다. 그게 다 대물림이 되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다. 정말 3주만이라도 깊게 생각하고 결혼했으면 좋겠다. 모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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