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협과 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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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선명성이 야당이나 민주화 하는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악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독재자가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에 반대하면 민주화가 되었다. 목숨이나 자신의 인생을 건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기에 그 가치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선과 악이 모호해졌다. 민주화 정부를 지내봐도 그 이전의 정부와 다르지 않았다. 물론 지금 정부가 이전의 정부와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도 명백하다. 이제는 “좋은 사람과 나쁜 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쌍방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부동산 투기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은 나쁘다. 예전에 어떤 투기꾼은 집 한 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담보를 놓아 대출을 얻어서 100 여채에 가까운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은 분명 나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집은 있어야 하고 기왕이면 오를 곳에 사두고 싶어 했다. 집값의 기대차익을 보고 집을 산 것이기 때문에 투기적인 성격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전부 싸잡아 욕하기엔 지나친 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약간의 타협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투기의 기대감을 제거하면서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는 사람들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주말에 사형제도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보았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사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기 논리을 정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구해와서 제시했다. 반대측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장을 하다가 끝이 났다. 비슷한 예로 존엄사 문제가 있다. 병원에 있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회생하기 힘든 분들이 분명히 있다. 그 분들의 하루는 남은 가족들의 삶의 질을 깎아먹으면서 유지되는 것이다. 간혹 몇 년 만에 의식을 되찾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드물기 때문에 뉴스에 나오고 영화의 소재가 된다. 현실은 몇 달을 끌다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집을 팔아서 거리로 나 앉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존엄사를 허용할 경우, 초창기에는 사회적인 관심이 크기 때문에 존엄사를 선언하고 집행하는 의사나 가족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생명윤리나 회생가능성이 아닌 가족들의 친하고 안 친한 친소관계에 따라서 그 결과가 좌우될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일방적인 찬성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이 미리 결론을 내리고 나서 갈등을 빚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닌 것 같다.
상대를 인정하고 자기만 옳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타협이 된다. 또 상대가 틀려보여도 그것이 문제가 발생한 이유의 전부가 아님을 받아들여야 타협이 된다. 부족하고 열등한 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빌미로 삼아서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고 빼앗으려고 해도 타협은 되지 않는다. 내가 옳거나 힘이 세면 그 자리에서 상대를 누를 수는 있지만 절대 그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30, 40년의 역사를 통해서 봐왔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여야 여러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이 담겨 있는 현실이 보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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