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증현 장관이 지휘할 한국 경제의 항로는? |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예산안을 안에 편성하여 곧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둬 내수를 진작하고 이를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강만수 전 장관과 똑 같이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이 ‘환율을 끌어올려 수출을 늘리고, 이를 통해 경기를 상승시키겠다고 했다’면 윤증현 장관 내정자는 ‘추경예산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기를 상승시키려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은 똑 같아 보인다. 그 결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를 살리려고 무리수를 둘 때가 결코 아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들어보자. 오르막길에서 속도를 더 내는 마라톤 선수는 없다. 오르막길에서 무리하면 곧 탈진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달리기 선수일지라도 가파른 산길에서는 겨우 기어서 올라가기도 한다. 조금 빨리 오르려다가 자칫 탈진하면 더 이상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오르막에서 무리를 하면 탈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경제의 상황은 여간 어렵지 않다. 그 증거는 세계 무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식경제부 [2009년 1월 수출입 동향]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수출국들의 수출증가율 통계가 실려 있다. 먼저, 대만 수출증가율은 10월 -10.2%에서 11월에는 -23.4%로 그리고 12월에는 -41.9%로 그 감소폭이 빠르게 확대됐다. 일본은 10월 -7.8%에서 11월 -26.7%로, 12월에는 -35.0%로 떨어졌다. 중국은 11월 -2.2%에서 12월에는 -2.8%를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11월 -9.6%에서 12월 -27.4%를 기록했다. 독일은 10월 -5.2%에서 11월 -21.1%를 기록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8년 11월 -19.5%, 12월 -17.9%, 2009년 1월 -32.8%를 기록했다.
위와 같은 수출의 감소는 무엇을 의미할까? 세계대공황 당시에도 무역액이 급감했는데, 혹시 이것은 공황의 전조가 아닐까? 찰스 페인스틴과 피터테민 등이 함께 쓴 [대공황 전후의 세계경제] 147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즉, “세계무역액은 1930년에 거의 20%, 1931년에 다시 29%가, 1933년에 다시 33%가 감소했다. 이처럼 가공할만한 무역 붕괴의 기간 동안, 거래량은 4분의1,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져, 1932년 국제무역액은 3년 전 수준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제경제는 전례 없는 심각한 수요 감퇴에 시달렸다.(중략) 세계 전체적으로 산출은 3년 동안 1929년 수준의 3분의2 이하로 급전직하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세계 주요 국가들이 대공황 때와는 다르게 긴밀한 국제 협조 속에서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으므로, 공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경기가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하강할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살리겠다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곧 탈진하고 말 것이 거의 틀림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는 김영삼 정권의 것과 거의 똑같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목을 매는 것이 더욱 그렇다. 그럼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은 경제 업적을 욕심낼 때가 결코 아니다. 견뎌야 할 때에는 견뎌야 한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권은 수세적 정책을 좀처럼 수용할 것 같지 않다. 견디기보다는 부딪혀 부서지는 쪽을 선택할 것만 같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