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 때 일수록 힘을 키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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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조금 낯설겠지만 1989년은 한국 바둑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해이다. 이때까지 한국바둑은 세계 바둑 속에서 변두리바둑이었다. 일본이 최강이었고 중국에 일본에서 통할 만한 사람이 한둘 있는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조훈현 9단이 세계의 강적들을 다 물리치고 바둑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응창기 배에서 우승했고, 그 이후로 우리나라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한때는 23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할 때도 있었다. 그 동안 중국 바둑은 계속해서 패배의 쓴 잔을 마셔야 했고, 우리나라의 조훈현 9단과 그 제자이자 역시 최강자였던 이창호 9단에게 진 중국의 일류기사들이 패배의 응어리 때문인지 실력이 쇠퇴해서 큰 무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마치 태릉 선추촌 같은 합숙소를 만들어 우리 나라의 바둑을 연구해서 약점을 파악했고, 비싼 돈을 주고 우리나라 기사를 초청해서 자기 나라 리그에서 뛰게 했다. 교만한 졸부처럼 이런 중국의 노력을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마침내 2,3년 전부터는 절대우위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LG배 세계 기왕전이란 대회에서 중국의 일인자와 우리나라의 일인자가 정면승부를 벌여서 완패하고 타이틀을 내놓게 되었다. 세계 대회 타이틀 수도 뒤지고, 바둑의 내용도 뒤지게 되었다. 20 년의 영화가 덧없이 스러지는 순간을 보니 만감이 교차되었다.
사회적으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반감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386이란 숫자로 대변되는 학생운동 세대는 30년 전 군사독재 시대에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감옥에 가는 정도는 예사였고 군에서도 녹화사업이라고 해서 가만두지 않고 취업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97년 대선에서 승리하여 사회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고 정치 뿐 아니라 환경, 문화 방면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토록 박해를 받다가 어떻게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386의 성장은 80 년대의 고통과 인내로부터 시작했다. 그 기간 동안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았으면 사회를 지배할 이데올르기를 만들어 내었다. 역설적이지만 386을 만든 것은 독재자 전두환이었고 그들의 몰락은 권력 쟁취로부터 비롯되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하는 사람들의 성취만 보고 부러워 한다. 그 사람들이 그런 성취를 이루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관심을 가진다면 혹시 쉽게 그렇게 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살펴볼 뿐이다. 하지만 성취를 이룬 많은 사람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의 인내와 노력이 남달랐다. 지금 다들 힘들 때이다. 이때 냉정함을 잃지 말고 할 일을 알고 행한다면 우리 삶은 잊지 않고 보답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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