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분쟁에 휘말려드는 우리나라 고환율 |
|
최용식(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세계경제가 어려운 것은 이제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동아시아 경제가 과거와는 다르게 유난히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 세계경제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동아시아 경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심각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들인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경제난이 심각하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수출을 보면 일본이 46.3%가 감소했고, 경상수지는 1,728억 엔(약 2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만 수출은 44.1%, 싱가포르는 35.7%, 홍콩은 22% 등이 감소했다. 그럼 이런 나라들의 수출은 왜 급감했을까? 당연히 세계적인 경기후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지만, 우리 환율이 올라도 너무 올랐던 데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우리 환율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이 나라들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던 것이다.
그럼 이 나라들의 수출 감소는 우리나라의 수출 증대로 이어졌을까? 아니다. 우리 수출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월 수출은 설 명절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33.8%나 감소했고, 2월 수출도 17.1%가 감소했다. 이런 이상한 일은 왜 벌어졌을까? 우리 수출도 원가 상승의 압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즉, 환율상승으로 에너지 자원 등 원자재는 물론이고 각종 부품소재와 시설재의 수입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것이 우리 수출품의 원가를 상승시킴으로써 수출업체의 경영수지를 악화시켰던 것이다. 우리나라 고환율은 다른 나라의 수출만 급감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까지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던 셈이다. 더욱이, 동아시아의 급속한 경기하강은 세계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침으로써 이제는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 각국은 수출이 급감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고환율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아직은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조만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대만이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장차 우리나라의 고환율은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할 것만 같다. 동아시아의 경제난 심화가 세계경제 전체의 경제난을 심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 고환율이 세계적 문제로 부상하면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환율의 폭락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출업체도 내수업체도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지금처럼 환율이 높은 때에 달러를 판 다음, 떨어질 때에 달러를 되삼으로써 폭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1,400원일 때에 100억 달러를 팔아서 환율이 1,000원일 때에 되사들이면 5조원을 벌어들임으로써 큰 이익을 볼 수가 있다. 반면에,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외환보유고는 한 푼도 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외환보유고가 많아야 외환시장 안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에 400억 달러 이상 풀었어도 환율을 안정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병리학에 대한 이해가 없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비유를 들어보자.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병을 얻었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투입했는데, 병원균을 죽이지 못한 채 오히려 내성만 키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내성이 커졌으므로 더 강력한 항생제를 투입해야 한다. 이게 올바른 처방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