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의 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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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WBC 야구 대회는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눈앞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찬호나 이승엽 같은 능력있는 고참선수들이 없어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점일 것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큰 시합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잘 싸우는 모습은 너무 보기 좋았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이 배출된 이유도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점이 훈련기술의 발달이라고 보인다. 선배들이 주먹구구로 배우고, 어깨너머로 보고 익히던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 세대교체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핵심기술이야 격차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기량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번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선전 못지 않게 눈에 띄었던 것이 중국의 성장이다. 기술을 가르치는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30년 전에 일본이 바둑에서 세계최강으로 군림하고 있을 때, 당시 일인자였던 사까다 9단은 ‘마흔 살은 되어야 바둑을 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90년 대초에 우리나라의 이창호 9단이 10대에 세계를 제패하자 10대 소년이 일인자가 되는 바둑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나왔다. 이젠 거의 대부분의 강자들이 20대 초반 이전이고 30대를 넘는 전문기사들은 거의 강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예전에는 오랜 고민을 거쳐 최선의 수를 찾으려 했지만 이젠 연구를 통해서 거의 공식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스포츠 뿐 만 아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상위권 학생들은 시험에서 문제가 나올 수 있는 방식을 철저히 연구해서 해답을 거의 알고 문제를 푸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니 한 문제만 틀려도 내신성적이 엄청나게 떨어져서 혼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는 잘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고 한다. 혼자 차근차근 연구하고 고민해서 공부하는 학생은 적응하기 힘든 것이 요즘 입시판이다.
이렇듯 지식이 축적되는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따라가기가 힘들다. 어렵게 뭘 하나 배워 놓으면 잠깐 쓰다가 버려야 한다. 요즘에는 박사가 되어도 불과 몇 년이 지나면 낡은 것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습득을 위한 비용이 늘어나는 현상이 생긴다. 먹고 살기 힘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점차 단순한 일에 종사하게 된다. 40대 초반에 후배들에게 밀려 퇴직을 해서 자영업으로 먹는 장사를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불평등이 점차 구조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이미 정권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깊고 강력하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감동적인 야구를 보고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한다. 우울증 환자분들을 너무 많이 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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