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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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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엔 교과서만 보고도 감동받을 때가 있었다. 그때 기억나는 것 중의 하나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독일과의 전쟁에서 진 프랑스가 알자스 로렌 지방을 독일에 넘겨주게 되어 오늘까지만 프랑스인으로 사는 사람들의 마지막 프랑스어 시간을 다룬 소설이다. 우리도 일본의 침략을 받아 나라를 잃은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때 선생님의 마지막 말은 언어를 잃지 않으면 언제건 다시 나라를 찾을 수 있다. 언어는 독립을 위한 열쇠라는 식의 얘기였다. 전쟁에서 져서 국적이 바뀐 마당에 언어가 무슨 소용이냐는 마음이 들었지만 살다보니 언어는 국가 차원의 정체감의 문제였고, 자기가 누군지 잊지 않고, 자기의 고유한 모습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독립적인 삶의 기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 말을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
실패를 하면 자신감을 잃는다. 위축되고, 자기가 잘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감을 잃지 말자고 한다. 그런데 자신감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이다. 실패하고 무너지는 사람들은 단순히 위축되고 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기를 부정한다. 자기가 없어진다. 자기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없는 자기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필요도 없다. 자기의 삶을 꾸려나가는 주체가 없어지니까, 남의 삶을 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목표한 일을 성취하거나, 마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자기 사랑이란 말은 요즘 와서는 상투어가 될 정도로 많이 듣는 얘기지만 어떻게 해야 할이지 막연할 때가 많다. 테이프 듣고 살던 80년대에 지금의 MP3를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자기를 사랑해 보지 않았던 사람은 자기 사랑하는 것이 상상이 안 되는 일이다.
자기 사랑은 자기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데서 시작한다. 마음 속으로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외치고 하루를 시작해 보면 좋겠다. 비록 일이 잘 안되고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지 않아도 나는 아직도 멀쩡히 살아 있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걸 느껴본다.
그 다음에는 자기에게 관심을 갖는다. 자기를 알아야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 배가 부른지 몰라서 여러 번 밥을 해먹는 치매환자 분을 본 적이 있다. 어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억을 못하면 가능한 일이며, 더구나 추상적인 심리적인 영역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다.
자기를 알고 나서는 자기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나쁜 건 안하려 한다. 물론 좋은 건 다 재미없고, 나쁜 건 다 좋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기 몸과 마음이 상하는 걸 잘 알면 조심하게 되고 최소한 극단적인 선택은 피할 수 있다.
일이 잘 안 풀리는 게 최악이 아니다. 최악은 자기가 망가지는 것이다. 일은 다시 시도하거나 기대치를 조절해서 살 수 있지만 자기가 망가진 사람은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를 지키면 아무리 어려운 처지가 되어도 거기서 벗어나는 열쇠를 움켜쥐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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