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절감 이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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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시합을 볼 때 골이 많이 나오면 관중들은 좋아하지만 경기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감독들은 골이 안 오도록 경기운영을 한다. 제 3자는 화려한 것들을 좋아해도 막상 이해관계가 걸리고 책임을 져야 하면 나쁜 일이 덜 생기게 해야 한다. 이런 경향은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들에게 더 현저하게 찾아볼 수 있다. 환자를 극적으로 낫게 하기 보다는 치료하는 환자의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더 신경을 쓴다. 인생살이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다. 사업이 크게 번창되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사람들 보다는 사업이 망하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사업이 조금 더 잘되고 조금 더 안되는 데서 나는 차이보다는 위험에 빠져서 사업이 망해서 생기는 차이가 훨씬 더 크고, 좋아하는 사람의 숫자 차이보다는 안티의 존재 여부가 행복이나 삶의 만족감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기가 떨어지면 기분이 안 좋은 정도겠지만, 안티가 생겨서 마음을 후벼 파면 심한 우울에 빠질 수 있다는 걸 많이 봐오지 않았던가.
살아갈수록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라톤은 초반에 100 미터 달기기 하듯 빨리 달려봐야 몇 킬로미터 안가서 뒤처지게 되어 있다. 인생에서도 삶의 어느 순간에 몇 번 쯤은 잘 나갈 때가 있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그런 성취의 순간들이 미치는 영향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만족감에 끼치는 영향보다 훨씬 작았다. 조금 더 성취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몸부림을 쳤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지만, 그런 순간에도 여유 있는 마음을 참고 기다렸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려웠던 순간에 좌절감을 느끼고 빠져버린 슬럼프는 그 후의 삶이나 만족감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정신과 진료는 다른 말로하면 다른 사람의 상실과 좌절을 다루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진료하는 과정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잃은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로 인한 좌절감이 그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고, 그 힘든 시간을 이기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노력하는지 탐구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그분들의 힘든 순간을 공유하면서 삶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고 사람과 삶에 대해서 배운 시간이었다. 그 모든 시간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마음에 남는 것은 상실과 좌절을 극복하는 힘든 수고와 노력이며, 그렇게 한 사람들은 다 힘을 얻어서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좌절을 잘 다룰 필요가 있었다. 좌절을 잘 다룬 사람들은 밑바닥까지 가도 다시 올라올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삶의 폭을 제한하는 불필요한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고 삶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설계하고 꾸려나갈 수 있다. 자식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자기 삶을 당당하게 맞이하게 해 줄 자신감을 물려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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