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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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다룬 영화나 소설을 보면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서로 사랑하고, 가장 소중한 사회단위로서의 가족이 아니라 결혼이란 제도 속에 묶인 남녀와 그 자식이 살고 있는 곳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도 서로 사랑하는 부부 아래 그 부부를 부모로서 존경하는 자녀들이 살고 있는 가정도 많겠지만 과거의 가족은 사라져가는 구 시대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유행하는 진화론의 시각으로 가족을 보면 가족은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다. 일부일처제를 기반으로 하는 부부중심의 가족제도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고, 지금은 그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현재의 가족제도는 머지 않은 미래에 그 독보적인 지위를 잃고 비혼가정, 이혼가정, 동성혼가정, 편부모가정 등등 많은 가족형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자식이 군대의 자원이고, 어린 나이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노동력일 때는 아이를 낳는 것이 유리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부모 수입의 30-40 %를 빨아들이고, 다른 것을 희생해서라도 학원을 보내야 하는 세상에서는 자녀를 낳은 것, 더 나아가 결혼하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의 가족구성은 현 세태에는 맞지 않고, 적응하기 힘든 제도이다. 환경 즉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자연선택의 법칙으로 보면 현재의 가족제도가 지금의 모습 그대로 온전히 존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족 제도가 성립되는 이유 중의 하나였던 섹스는 이미 결혼제도의 울타리를 벗어났다. 실제 결혼 10년차 이상 된 부부의 섹스 횟수는 통계를 보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맞벌이에, 아이 양육에 지친 부부가 섹스를 하는 것은 간혹 치르는 이벤트다. 반면 혼전순결 상태로 결혼하는 부부는 거의 없을 것 같고, 만나서 처음 섹스를 하는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물론 그 섹스와 결혼은 이미 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힘들게 기러기 생활을 하면서 외국 유학을 보낸 자식이 5,6년 후에 돌아오면 이미 내 자식이 아니다. 40대가 넘어서 사이가 나빠진 부부는 배우자의 여자나 남자보다는 숨겨 둔 재산이 더 관심사이다. 50대가 넘어서 이제 아이들 입시 치다꺼리에서 벗어난 중년 여성들의 최대의 고민은 손주보기이다. 실제로 마음 약한 예비할머니들이 딸이나 며느리의 출산 전후에 자유로운 생활이 끝이라고 해서 우울증에 빠져 오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다.
남편이나 부인 또는 부모나 자녀라는 이유 만으로 사랑이나 책임을 요구하기 힘든 세상이 머지않아 닥칠지도 모르겠다. 그땐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유지시켜줄 수 있는 매개체가 무엇이 될까? 오랜 고민을 통해서 얻은 답은 간단하다.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타협하고 조정하고 조화롭게 잘 지내는 능력이나 심성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중요해 보인다. 물론, 무엇보다 가족에 의미부여를 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먼저 필요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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