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자의 잔소리 |
|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숙영의 파워FM)에 오는 청취자들의 사연에 부쩍 부부문제에 대한 갈등이 많다. 최근 온 사연 중에는, ‘우리 부부가 지쳐가는 거 같애요, 서로 끊임없이 서로에게 요구하고 있거든요. 이대로 가다가는 서로 지쳐서 돌아설 거같아요, 정말 돌아버릴 거 같아요,...’라는 내용의 사연이 무척 마음에 와닿고 안타까웠다.
유능한 부부들 중에, 의외로 집안 온도가 늘 영하 30도 이하가 많다. 서로에게 화가 나서 감정이 냉동상태인 것이다. 너무 스스로 잘나고 아는게 많다보니, 상대에게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주위에 잘하는 배우자들에 대한 부러움과 비교가 교차하면서 잘난 배우자가 정말 잘난 남편 혹은 잘하는 아내가 되기를 바라게 된다. 서로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기대와 요구가 부부 관계에서는 쥐약이다.
요구하지 않아도 될 것을, 끊임없이 요구만 해서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교수인 어떤 화가는 결혼하자마자 남편(그 역시 교수)이 어찌나 살림 타령을 하는지, 그 남편은 도우미가 하는 반찬은 먹지 않으면서 부인에게만 식사준비하라고 요구했다. 그 여성 화가는, 이제까지 살림이라고는 해보지도 않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도 바빠서 시장보고 직접 아침 저녁을 준비하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결국 힘이 들어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녀에게 그것은 지옥이었다. 결국 이혼한 그들. 그후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이혼한 후에 만났는데, 그때는 라면만 끓여주어도 그 남자가 고마워하더라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가끔 보면 샤론스톤이나 마돈나에게 살림 잘못한다고 잔소리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남자들이 있다.
남자들 얘기를 들어보아도 남자를 가장 질리게 하는 것은, ‘잔소리’라고 한다. 아내의 잔소리를 듣느니 지옥에 가고싶다는 남자도 있다. 잔소리하는 사람의 마음은 스트레스가 풀리겠지만, 상대를 변하게 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남편이라는 존재는 변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기 전에는 남자는 변하지않는다. 서로를 변화시키려고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부부들은, 이제 잔소리 대신 옳다고 맞장구쳐주고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주는 방식으로 바꿔보는게 어떨까.
그게 안되면 포기는 어떨까. 상대가 바뀌기를 포기하는 게 차라리 자신을 지치지 않게 만들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요구할 걸 요구해야지 안바뀔걸 요구하느라 정력을 다 소비하는 건 어리석은 것이다.
세상을 가장 쉽게 변화시키는 방법은, 결국,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일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