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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지만 바람직한 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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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바람직하지 못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 결과는 좋게 나타나는 경우가 제법 많다. 경제에서는 특히 그런 일이 더 흔하다. 우선, 역사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기계화는 초기에 장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으로 여겨져 한 때 배척당하기도 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러다이트 운동(러드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운 비밀결사체가 벌인 기계 파괴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기계화는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한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이 운동은 오랜 세월동안 지식인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그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지금까지도 그 영향은 여전히 남아있다. 자동화가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노동계나 진보적인 지식인 사회의 인식은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자동화가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러나 자동화 설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곳 등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으로, 개방화와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그런 대표적 사례 중 하나에 속한다. 개방화가 대외 종속을 심화시키고, 민영화가 자본가의 배만 불려주며, 규제 완화가 무한경쟁을 부름으로서 경제의 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서 경제난을 심화시키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키워줌으로써 경제를 번영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지 않고 번영하는 나라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셋째로, 외자 유치가 국부 유출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자본이 투자 이익을 거둬가는 몫은 매출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임금 지불과 원부자재 구입 등의 국내에서의 부가가치 창출 비율은 40% 내외에 이르는 것이 보통이다. 세계적으로 외자유치가 활발한 나라일수록 경제 성장률이 더 높은 것이 일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째로, 국가부채는 국가경제의 부담일 뿐으로 여겨지지만, 각종 국공채를 경제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경제의 안정에 기여하게 할 수 있다. 경기가 과열일 때에는 국공채를 매각함으로써 통화량을 감소시키고 이자를 상승시켜 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으며, 경기가 빠르게 하강할 때에는 국공채를 매입함으로써 통화량을 공급하고 이자를 하락시켜 경기를 부양할 수도 있다. 넷째, ‘일자리 없는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성장을 하더라도 일자리 창출은 적다는 얘기를 반대로 해석하면, 적은 수의 노동력을 투입하더라도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노동의 단위당 부가가치 창출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임금이 그만큼 높고, 소득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째, 산업 공동화도 마찬가지이다. 산업시설의 외국으로 이전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공급능력이 떨어짐으로써 성장률은 낮아지고 경기가 점점 더 부진해질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흔히 반대로 나타나곤 한다. 경제에는 국민소득 5천 달러나 1만 달러를 겨우 버텨내는 산업도 존재하고, 3만 달러나 5만 달러도 버텨낼 수 있는 산업도 존재하는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소득 1만 달러를 겨우 버텨내는 산업은 도태되어야 하고, 그 자리를 국민소득 5만 달러도 버텨낼 수 있는 산업이 대체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산업 공동화는 바람직한 일인 셈이다.
최 용 식(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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