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과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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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후 동경에 살고 있는 친척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들었다
불과 마흔 셋의 나이,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로서 일본 모건 스탠리의 책임자였다
남편 작은 아버지의 아들로,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한국말은 서툴지만 한국을 그리워했고 유난히 정이 많아서 뉴욕에서 한두 번, 동경에서 보았지만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는 친척이었다. 특히 동경에서 가수를 꿈꾸며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뜰이 멘토처럼 인생에 관한 조언도 듣고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삼촌이었는데 피터 삼촌이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말에 딸은 전화저편에서 통곡을 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함께 만나 식사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는데 하루아침에 싸늘한 시신으로 변하다니 생과 사가 이렇게 허망할 수가 없다
직업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전날 밤에 자료분석을 할 게 있다고 서재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는데 아침에 인기척이 없어 부인이 방문을 열어보니 그때 이미 숨져있었다는 것이다. 말 한다미 남기지 못할 채 부인과 어린 두 딸에게 아무런 작별의 인사도 없이...
평소에 술을 즐기고 심장이 안 좋았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한창 일할 40대 초반에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다니 며칠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지난 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우리 모녀가 좋아하던 피터 삼촌의 죽음은 그야말로 인생무상이라는 네 글자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아. 사는 건 사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듣고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노 전대통령의 유서 내용도 새삼스레 상기가 된다
동경에 있는 딸은 그 삼촌과 얘기를 하다보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다고 하면서 내면세계가 똑같이 닮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살에 종종 신기해하고는 했었다.
일본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며 간혹은 끼니를 거르기도 하는 딸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삼촌이 녹번기 고급 식당으로 불러내 맛있는 것을 사주었다고 전화로 자랑을 하고는 했었는데...
나 역시 피터삼촌이 동경에 있어서 마음이 놓였었는데 갑자기 들려온 비보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서둘러 이승을 하직했을까?
전화선을 통해 들려오는 딸의 애끓는 울음소리가 내 가슴도 찢어지게 만든다. 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피터삼촌을 훨씬 더 좋아하고 따랐었던 것 같다
지구 상에서 자기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몇 안되는 사람으로 생각을 하지 않았나싶다.
그의 유골은 화장을 해서 생애 대부분을 보냈던 뉴욕으로 보내졌다.
동경에 있는 딸에게 삼촌은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해 주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 삶이 진정 덧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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