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엄사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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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할 때의 일이다. 그때도 가망없는 퇴원이라는 조치가 있었다. 사망이 임박한 분들을 가족의 동의 하에 퇴원 시키는 일이었는데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의사의 생명유지 조치가 필요하여 의사가 동행하였다. 혼자서 앰블런스 뒷자리에서 생명이 얼마 남지 않는 그분과 함께하였다. 때론 땅 끝으로 갈 때도 있어서 꽤 긴 시간을 함께 해야 했다. 삶의 죽음의 경계에 섰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뭉클한 느낌을 준다. 치료 도중에 사망하는 분들을 본 적도 있지만 그건 생명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반면 가망 없는 퇴원은 생명의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어서 그때 느끼는 착찹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큰 병원에 있다 보면 말기 환자들도 많이 보게 되기 때문에 죽음이 낯설지만은 않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땐 그 시절에도 무의미한 생명 연장에 회의를 품을 때도 있었다. 가족들을 만나보면 다들 어렵고 힘들어 보였다. 그때 돈으로도 하루 수십만 원의 치료비가 필요했다. 한 달만 있으면 어지간한 전셋집이 날아갈 판이었다. 가족들 가운데서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정서도 강하게 나타났다. 의사들 가운데서도 “내 가족이나 친척, 더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 호흡기를 떼라고 할 것”이라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생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 당시에 가족의 뜻에 따라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가 법적인 처벌을 받는 일이 있었다. 그런 판결이 나온 이후에 어느 의사가 법에 어긋나는 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그 후로는 방어적인 진료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도 법에 따라 진료를 한다. 준법 투쟁이란 용어가 있는 것만 봐도, 때론 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길이 아닐 수도 있다. 이 경우도 그에 해당되는 경우인 것 같다.
그렇게 끌어온 존엄사가 최근에야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이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의 논란 못지 않게 처음으로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분이 혼자서도 호흡을 잘 하셔서 다시 한번 더 세상의 관심이 쏠렸다. 가족들은 불필요한 연명장치를 했다고 하고, 병원 측은 연명장치를 떼어낼 수 없는 소견이 나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내막은 모르지만 아마도 양 쪽 다 맞는 말일 것이다. 연명장치를 떼어내도 된다는 확실한 소견이 아닌 상태라면 어떤 의사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 보험도 사고가 나지 않으면 불필요하지만 사고 날 경우에 대비하는 의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의 치료비도 결국은 사회적 인식에 대한 보험료를 치르는 것인데, 문제는 가족들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고통 또한 도외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다보니 생명이란 역시 인간이 결정하기엔 너무 큰 산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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