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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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에 대해서 누구나 한번씩은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궁금했던 것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왜 미래에서 오지 않는가?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과학상식처럼 들은 얘기는 타임머신 즉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지만 우리가 혹시 과거로 간다고 해도 그건 다른 세계라는 것이다. 말이 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모호한 답이었다. 먼 미래에 타임머신이 만들어진다면, 요즘 해외여행 가는 식일 것 같다. 그렇다면 수많은 다른 우주가 펼쳐질 것이고 다른 타임머신을 같은 시대로 여행간 사람이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오는 일이 가능할 것 같다. 같은 사람이 얘기하는 다른 세계. 멋지면서도 혼란스럽다.
그런데 타임머신을 타지 않아도 그런 세상이 펼쳐진다. 신문 두 개만 펼쳐보아도 그렇고, 인터넷에서 여러 신문의 주요 기사 제목이 나오는 화면을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각 신문이 얘기하는 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세계, 다른 우주이다. 기본적인 사실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전혀 다른 새로운 사실로 태어난다. 세상도 다르지만, 사람도 다르다. 같은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보질 않는 것 같다. 20대의 어떤 젊은이가 내게 진료 받은 적이 있다. 몇 번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의 문제를 어느 정도 다루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치얘기가 나오더니, 필자가 나이를 먹고 의사이기 때문에 보수일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선거에서도 특정당의 후보를 찍었을 것 같다고 했다.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만약 병원에 오기 전이라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번 진료라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고 난 다음에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을 보고는 이제 젊은 사람들과 나이든 사람들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세뇌를 당해서 빨갛게 물들었다’고 생각하고, 젊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나이든 사람들은 어쩔 수 없으니 빨리 지배세력에서 물러나거나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우리 사회의 분열은 이제는 어떤 선을 넘었고, 그냥은 해결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고 분열되는 사람들은 경계성인격장애라고 한다. 그 분들은 중간은 없고, 자신이나 타인 혹은 외부세계가 천사나 악마로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그렇게 10여년을 지낸 분들의 마음은 의외로 공허하다는 것이다. 중심적인 마음이 없으니까, 천사와 악마 밖에 없으니까, 이 둘이 한 마음 속에서 살지 못하니까 비어버리는 것이다. 사회로 범위를 넓혀보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통합되지 못하고 분열되면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미워하는 상대가 없어지면 내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폐허가 된다. 서로 감싸주며 함께 하는 세상은 이젠 배려나 미덕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존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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