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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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연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얼마 전에 연극무대에도 섰고 최근엔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재미를 누렸다. 라디오 진행자로 연기했는데, 주인공이 기업비리를 생방송을 통하여 고발하는 장면이었다. 연기는 확실히 라디오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내가 중간 중간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드라마 ‘녹색마차’인데, 내가 진행하는 아침프로그램 이숙영의 파워에펨과 시간이 살짝 겹쳐서 나는 주로 다시보기로 쭈욱 이어서 보는 편이다. 이 드라마는 네 명의 남녀 연인이 벌이는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인데, 스토리가 강렬해서 좋다.
예전엔 드라마에 극도로 심취하는 사람들에게 ‘남의 드라마에 너무 빠진다’는 느낌이 들고, 남의 드라마에 몰두하기보다, 자기 인생 드라마에 신경쏟아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 느끼는 것은, 드라마가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강한 극적 요소가 있는 드라마를 보는 동안은, 괴로운 현실을 잊을 수 있어서 좋다. 아침에 주방에 라디오를 들으며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출근을 돕던 가정주부도 다들 나가고나면 그 자리에 푹 주저 앉아, 잠시 망중한에 잠기고 싶어진다. 아이들 공부 걱정, 미래 걱정 등, 현실의 번뇌를 잊고 싶어서 습관처럼 TV를 켠다. 그때 TV에서는 강렬한 스토리의 드라마가 전개된다. 일단 그 안에 빠진다. 그러면 내가 겪는 문제같은 것은 사소하게 느껴진다. 그게 바로 드라마의 매력이다. 그 시간 동안 잠깐 드라마에 빠지면서 복잡하고 힘든 현실을 잊는 것이다.
드라마에 대하여 이런 지적도 한다. 왜 드라마의 주제는 늘 불륜과 슬픔과 비관, 생의 비밀과 사랑의 복수인가. 막장 드라마를 논하기도 한다. 물론 낯뜨거울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게 유치하게 흘러가는 드라마도 있고 그런 드라마인데 왜 시청률이 높은지에 대하여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자면 세계명작들은 다 폐기처분 돼야 한다. 그런 소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다뤄지는가. 그게 차이가 될 것이다.
‘녹색마차’는 내가 카메오로 출연해서도 그렇지만, 대사가 아주 좋아서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보게 된다. 특히 사랑에 대한 대사가 건질 게 많다. 내 별명이 애정당 당수가 아닌가. 어제 다시보기로 본 드라마에서도 드라마 속의 강채영이라는 여자가 이런 대사를 했다.
"사랑은 권력 구조야.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힘든 법이지. 지원이보다 당신이 힘들구, 당신보다 내가 힘들구... 달팽이들처럼 서로의 등만 바라보면서... 지원인 정하선배를, 당신은 지원이를, 나는 당신을..우린 왜 이러냐?"
예전엔 TV를 바보상자라고 했지만, 이제는 라디오든 드라마든, 방송은 확실히 친구같은 위안의 존재가 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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