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 생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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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넘게 일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건강이 말이 아니었다. 비록 신체질환을 다루는 의사는 아니긴 해도 명색이 의사인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다 보니 아무래도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고 삶의 우선순위가 조금씩 바뀐다. 며칠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던 여배우 장진영씨 사망 소식을 듣고는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젊은 사람에게서는 비교적 드물다고 할 수 있는 위암이 상당히 진행된 것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했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요즘엔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원하는 정보를 다 얻을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동아리에 가입하면 여러 가지 요긴한 정보를 얻고 배우는 것도 가능하다. 동아리에 가입해보니 어디를 가나 도사들이 득실하다. 자전거 동아리에 가니 자전거를 손수 조립하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체력과 실력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사진은 카메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이고 어디를 언제 가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었다.
환자분들에게 간혹 취미생활이나 해보세요라고 권유한다. 그런데 막상 취미의 세계에 입문해보니 취미라는 것이 바쁜 가운데 잠깐 시간 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위에서 보다시피 오랜 기간에 걸쳐 공을 들여서 내공을 쌓아야 가능한 취미가 부지기수이다. 잠깐 시간내서 할 수 있는 취미란 것도, 해본 이력이 있어야 잠깐 짬을 내서 제대로 즐기는 거다.
취미생활 잘 하기 위해서도 선생이 필요했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얻은 경험에서 우러난 지식을 갖춘 사람이 옆에 있어야 조금이라도 쉽게 그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다. 혼자서 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되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돈이나 시간이지만 때로는 건강이나 안전이다. 또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야 외롭지 않고, 동기부여도 되고, 때론 경쟁하고 질투하고 자랑하고 격려하면서 그 길을 간다.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나 옛날 친구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적인 관계이다. 오랫동안 자기 분야의 사람들을 주로 만나다보면 사는 게 너무 단조로워지고 업무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그대로 안고 갈 때도 있다.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다른 세상살이얘기를 할 때도 간혹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취미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딜 가나 가장 고수들은 욕심을 버리고, 즐기는 사람들이다. 뭐든 중독되거나 탐욕스럽게 추구하지 않고 자기가 즐기고 삶을 풍요롭게 하지 않는 게 고수의 길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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