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탓할 것 없다. |
|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어릴 때 잘난 친구들 옆에 있다보면 그런 느낌 많이 받았고, 자녀를 키우는 지금은 아들, 딸아이가 교대로 이런 말을 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인정하지 않으면 서운하고 원망스럽다. 기도 죽는다.
예전에는 그런 분들을 진료 현장에서 만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해주려 억지로 애쓸 때도 있었다. 아니면 부모님들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시키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었다. 의사가 뭐라고 좋게 얘기한다고 해서, 내 머리에 각인된 푸대접의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약간 다른 식으로 질문을 해서 면담을 이끌어 나간다. 부모님들이 인정해주지 않고, 격려해주지 않아서 서운해 하고 화난 너는 너한테 어떻게 했나?라고 묻는다. 세상 사람들이 다 욕하는 사형수라도, 그 어머니는 그 아들을 사랑한다. 눈물흘리고 속상해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위해 옥바라지 한다. 죽은 이후에도 그 애절한 마음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조건이 없는 사랑이다. 어머니에게 아들이 소중한데, 자기 자신은 어떤가? 세상에 아무리 잘난 사람이 있어도, 나한테는 내가 더 중요하다. 내가 좀 못나도 무조건적으로 내 입장에 서서 나를 변호하고, 힘들면 옆에서 기 살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게 잘 안될 때도 있다. 자기를 스스로 무시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이런 식으로 해봐야 아무런 감흥이 없다. 내 생각은 별로 중요치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뭐라고 해도 그 말이 별로 비중있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연자로 불러놓고 무슨 말 하면 듣지도 않고 무시하면서 딴 소리하고 반대하면 그 사람에게 무례한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이 너는 어떻다라고 얘기해주는데 귀담아 듣지도 않고 다른 사람 얘기만 신경써서 기억하려하는 건 그보다 훨씬 더 무례한 행동이다. 스스로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면서 남이 어떻다고 얘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어떤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의 의견이 필요할 때, 결심을 해야할 순간에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귀한 조언자를 마음 속에 모셔놓고 있는 것이다. 맞든 틀리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고 한번 속는셈치고 받아들여주는 성의는 보여야 평가받는 자기가 무슨 일이든 할 맛이 나고, 흥이 돋을 것이다. 신명이 나야 뭐든 할 수 있고, 그래야 성취와 성장이 뒤따른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