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회는 험한 길 속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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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건강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의사인 필자로 오랫동안 다루지 않아서 용어도 조금 낯설어진 내용들이 나온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이 정도로 세련되고 어려운 내용을 다루는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서점에 가서 전공관련 서적을 간혹 사본다. 80년대에는 정신과 한글 교과서도 마땅한 것이 없어서 주로 외국 서적을 보거나 강의 교재로 공부했었는데 이제는 질병 하나에 대한 교재가 그때 정신과 교과서 만큼 두껍고 내용도 충실하다. 전공의 시절에 진도가 훨씬 느린 원서로 공부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필자보다 한 10년에서 20년 선배들은 훨씬 더 어렵게 공부했다. 한글 교재라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고 시설도 형편없는 곳에서 열악한 상황에서 수련을 했다. 이렇게 공부하긴 좋아졌지만 요즘 새로 나오는 의사들은 예전의 의사들에 비해서 훨씬 못하다. 사회적 지위도 훨씬 낮아졌고 스스로 느끼는 존재감도 매우 낮아졌다. 개원할 때 진 빚이나 갚고 생활비나 벌어가면 잘 되는 걸로 생각한다. 80년대 이전 선배들이 세를 얻어서 몇 년 개원하고 나서 그 건물을 샀다는 얘기는 이제는 레전드가 되었다. 마치 차범근 공차고 선동열 공던지던 시절의 얘기다. 더 레전드는 수술 실력이 가장 뛰어났던 외과의사들은 6 25 때 군의관했던 의사들이라고 한다. 해방공간과 전쟁으로 학교 수업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겠지만 전쟁 통에 너무나 많은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약 10년 전에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 한창 인터넷과 관련된 IT 산업 열풍이 불었다. 그때 코스닥에 상장해서 평범한 이공계 대학생에서 순식간에 수천억대 재산가가 된 사람들의 얘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왔다. 그런데 불과 10년 만인 지금은 몇 개 기업이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도 새로운 기업은 없다. 인터넷 포탈도 이제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같은 회사만 남았다.
어떤 산업이든 처음에는 형체도 확실치 않고,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현재는 아주 조금의 예측가능한 일과 대부분의 돌발상황을 대처하느라 바쁘다.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서 모든 게 혼란스럽다. 불편하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단계가 그나마 인생역전도 있고, 개천에서 용도 나고, 상고 졸업생이 대통령도 된다. 그런데 그런 시기가 지나면 산업이 안정되고 체계가 잡히지만 이미 기득권층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서 깃발을 꼽을 곳이 없다. 한번 밀리면 그대로 끝이다. 편한 길이 있다면 그걸 마다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만약 편한 길도 내게 열리지 않고 있다면, 거친 길이라도 용기 있게 가보면 어떨까? 그 안에 내 자리 있다는 희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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