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창작소 지금의 이은선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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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년 여성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일을 연극으로"
[인터뷰] 공연창작소 '지금'의 이은선 대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라는 것에서 연극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생각하다가 우선 만나서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일상에서 이야기를 뽑아내고 그 이야기들을 연결해가며 하나의 극을 만들다보니 해볼 만한 작업이구나, 싶었습니다"
전문 배우를 꿈꾸며 20대부터 오로지 연극마당에서만 열정을 쏟아온 67년생 주부들은 결혼과 함께 생긴 육아문제에 부딪혀 무대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연극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쉽게 식지 않았고, 수년이 흐른 후 다시 만난다. 그렇게 해서 2008년 3월에 태어난 극단이 바로 '공연창작소 지금'이다.
우리 또래인 40대 주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이은선(44)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본래 인터뷰 같은 걸 잘 안 하는 편인데요, 단원들이 하도 성화를 해서 작심하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며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고 손사래부터 쳤다.
"우리 단원들 대부분이 40대 초중반의 삶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다들 연극계에서 알아주는 배우들이었는데 나이가 들고 현실에 적응하다보니 (다시 공연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극 주제도 젊은 사람들 이야기나 노인 이야기 등이고 우리 또래의 주부들이 겪고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참 생소해보였습니다. 아마도 그러했기에 더욱 오기가 생겨 우리가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로 연극을 올리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사람을 대변해주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삶을 사느냐가 사람의 나이를 가늠해준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이 대표는 '마흔ㆍ중년ㆍ아줌마'라 불리는 또래 세대의 무존재 의식을 과감히 바꾸어놓고 싶다고 했다. 다 살자고 하는 삶인데 이왕이면 웃으면서, 또 다른 자기 열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든 이들의 창단 공연은 2009년 6월 19일에 화려하게 올라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었다. 그들의 실제 이야기를 이 대표가 시나리오로 만들고 연출해 살아가며 겪는 에피소드들을 관객과 함께 교감하고자 했다.
고독ㆍ외로움ㆍ우울증 그리고 삶의 의미가 사라질 때 찾아 드는 유혹인 '죽음'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중년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겪었을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했다.
"더 이상 젊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고, 늙었다고 하기에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 나이 마흔 살에 접어든 여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고교 동창생이자 연극반 선후배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로서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40대의 체념과 포기 등을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표현했습니다"
첫 공연이라 들뜨고 부담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연극계에서 몸을 담아온 단원들 덕분에 창단 무대는 뜨거운 호응과 박수갈채로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재정적인 여건도 좋지 않았고, 각계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단원들의 사정도 여의치가 않아 한 번 모이기조차 힘들었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갖고 있는 공연에 대한 의지가 일치되었기에 가능한 무대였다.
현실의 무게감 크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아
이은선 대표 또한 단원들의 개인사처럼 마냥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기엔 현실적 여건 등이 만만치 않다. 아이 둘을 키우느라 30대 후반이 돼 시작한 연극 강사의 일도 그렇거니와, 좀 더 많은 무대를 선보여 극단의 모습도 그럴듯하게 만들어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현실의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87년 처음 연극과 인연을 맺은 이 대표는 극단 '대중'에서 내로라하는 공연에 출연하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가씨와 건달들' '쉘브르의 우산' '어린왕자' '춘향전' 등 많은 연극 무대에 배우와 스텝으로 참여하며 연극의 노하우를 익혀왔으며, 2005년에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연극분야 강사와 부원여중, 부평여고 등에서 학생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학생들과 여러 아마추어 극단들에게 무료로 연습실을 개방할 예정이다. 주부인 단원들은 낮에 연습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밤 시간을 활용해 연극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것. 그리고 조금 더 공간과 무대가 확보되면 아예 공연장으로 꾸며 맘 놓고 무대를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대표와 함께 작은 꿈을 하나하나 실현해가고 있는 '공연창작소 지금'은 극단 이름 그대로 순수 창작공연과 소리극, 영어연극, 청소년극, 찾아가는 연극, 토론 연극 등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실험무대를 선보이려 한다.
오는 7월 7일 인천여성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잘 마무리 짓고 이후 '윤희 이야기, 그해 여름'이라는 무대로 다시 공연장에서 열정을 쏟아 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18명의 단원과 함께 작지만 소중한 꿈을 조금씩 실현해가고 있다는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연극계가 처한 어려움과 재정 여건들을 관심 갖고 지켜봐주길 바란다"는 안타까움의 심경을 전했다.
"홍대 앞 연극계도 벌써부터 (재정적으로) 한겨울 추위가 닥쳐와 제대로 된 공연을 올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단원들 중에는 직접 극단을 운영하는 배우도 있지만, 굳이 이곳 부평에 와서 함께 공연에 헌신하는 이유는 바로 제가 40년 넘게 살아온 곳에 대한 애착과 정주의식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님 품과 같은 부평에서 연극을 통해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지만, (공연장이 부족하고 선택받지 못한) 현실적 여건 때문에 사실 속상한 점도 많았습니다. 부평에 위치한 극단이고, 부평 구민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연창작소의 가치를 잘 헤아려준다면 앞으로 더 많은 지원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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