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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말도 안 돼. 멍석만 깔아준다
작성자 관리자

[인터뷰] SBS <짝> 만드는 예능과 교양의 '짝', 이창태 CP와 남규홍 PD

연애에 대한 무한한 관심. 싱글인 남자와 여자가 짝을 찾는 프로그램 SBS <짝>의 가장 본능적이고 일차적인 관전 포인트다. 연예인 한 명 없지만 매회 참가자들의 선택이 화두가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잘 짜인 극본에서 맺어지는 연예인 커플의 환상이 지겨운 사람들에게는 일반인들의 현실적인 '짝짓기'가 신선할 수 있다.
2011년 초 3부작으로 기획된 SBS 스페셜 <짝>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애정촌'이라는 공간에서 6박 7일간 함께 머무르며 짝을 맺는 형식을 가져와 매주 방송하고 있다. 교양국에서 출발했지만 정규 편성이 되면서 교양국과 예능국이 함께 만드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현재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다큐의 영역을 가져와 '리얼버라이어티'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고, 대본이 없으며, 제작진의 연출도 없는 <짝>의 경우 단순히 예능에 리얼이 섞인 것보다, 다큐멘터리에 메시지뿐 아니라 예능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교양과 예능, "우리는 장점을 살리고 있나"
교양이든 예능이든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목적은 '재미'라는 것을 생각하면 간단해진다. "교양과 예능 사이에 벽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다"는 것이 남규홍 PD의 제작 핵심이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갖고 있는 진정성과 예능적인 코드의 재미가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시너지를 낼 수도,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어느 한 쪽의 주장이 강해지면 '너무 가벼운 다큐' 혹은 '재미없는 예능'이 되는 것이다.

- 교양국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자칫 '짝짓기' 자체가 부각이 되면 재미만 추구하는 걸로 보이지 않나요? 다큐멘터리의 진정성과 예능의 재미를 조율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요.
남규홍 "짝짓기 프로그램에는 기본적인 속성이 있어요. 아무리 교양으로 접근해도 사람들은 거기서 오락적인 포인트를 강하게 느끼거든요. 그러니까 굳이 심각한 분위기나 취지로 갈 필요는 없어요. 사람을 사귀는 것이 절체절명의 선택도 아니니까요. 다만 6박 7일 동안 그들을 진정성 있게 담아요. 인생의 중요한 화두인 짝을 찾는 과정을 담다 보면 재미도 있고, 눈물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는 교양적인 코드가 강하게 녹아있는 주제죠. 그런 행위를 관찰자로 바라보면 코믹해요. '별것도 아닌데 저렇게 용을 쓰나', '왜 눈물을 흘리나'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에게 웃긴 장면이 한 개인에게는 가장 슬플 수 있고. 상대적인 재미와 진정성이 어우러질 수 있죠."
"교양과 예능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하는 남규홍 PD의 건너편에서 이창태 CP가 "그래서 우리는 장점을 살리고 있니?"라고 물어왔다. 남 PD에게 교양국 선배였던 이창태 CP는 예능국 경력만 15년째다.

- 예능의 재미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어떤 조율이 필요한가요?
이창태 "<짝>은 SBS 스페셜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적인 호흡, 컷, 구성으로 가게 됩니다. 다큐멘터리는 내용 너머에 무엇을 이야기하겠다는 메시지가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예능은 메시지보다 상황 자체가 밀도 있게 진행되어야 하고, 시청자가 이해하기 좋게 편집돼야 해요.
<짝>은 예능이라기보다 탈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적용합니다. 그때그때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다각도에서 비추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면, 출연자가 삼각관계일 때 두 남녀의 관계 외에 그걸 쳐다보는 또 다른 사람을 비추는 거예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팽팽한 감정선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카메라에 담는 겁니다."


"1주일 안에 사랑이 되나요?"... "기자님도 울 걸요"
남규홍 "기자님도 가면 울 걸요. 최종선택 때도 그렇고, 촬영 과정 중에 반 이상이 울어요. 애정촌은 사회의 일이나 가정, 기타 여러 가지 개인적인 문제를 버리고 오로지 상대방에 대한 애정만 집중하도록 마법을 걸어놓은 공간이에요. 세상에 그런 공간이 어디 있겠어요. 세상의 모든 남자는 7명뿐이고. 여자는 5명뿐인 거죠. 그러니까 서로가 특별하게 보일 수밖에 없고, 상대방의 제스처에 울고 웃고."

- 제작진이 개입하지는 않지만 감정이 폭발할 수 있도록 자극적인 장치가 있잖아요. "이 여자와 도시락을 함께 먹고 싶지 않은 사람은 물에 빠져라"라고 주문하기도 하고. 이런 게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해서 넣은 거 아닌가요?
이창태 "<짝>의 재미는 감정의 변화를 보는 거잖아요. 그걸 촉발시키기 위한 장치인 거죠. 다큐멘터리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면 예능은 틀 속에 넣고 짜요. 우리끼리도 이런 장치를 놓고 '이래도 이 사람을 선택할 것이냐'는 부정적인 방법으로 마음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배신감이 들어야 감정의 파도가 치고, 적극적으로 또 다른 짝을 찾게 되잖아요. 그런 감정의 격랑을 일으키려고 장치를 쓰는 건데 없으면 심심하다고, 있으면 자극적이라고 하죠.(웃음)"


인간판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네
도시락을 함께 먹고 싶은 이성을 고르는데 한 여성에게만 5명의 남자가 몰린다. 남자들 사이에는 수컷들의 영역 다툼 같은 묘하게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된다. 한편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풍요로운 점심을 즐기는 인기 많은 여성의 표정은 흡족하다. 반면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을 잡는 카메라는 어떤 드라마의 한 장면보다 구슬프다.

- 기수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되게 잘 지내는 기수가 있었는가 하면 감정싸움이 일어났던 기수도 있었고.
남규홍 "출연자에 따라 많이 좌우되죠. 실제로 현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많이 생겨요. 조용하고 말도 없었던 참가자가 여자에게 반해서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고 변하기도 하고. 싸움해도 내버려둬요. 근데 주먹다짐까지 간 적은 없고 웬만해서는 잘 지내요. 수많은 카메라가 바라보고 있잖아요."

- 29일은 '돌싱(돌아온 싱글) 특집'을 방송하는데 점점 '짝'의 정의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는 건가요?
남규홍 "돌싱 특집은 색이 좀 달라요.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부담이 없는 미혼남녀가 복잡한 감정 변화를 보이며 움직였던 반면, 돌싱들은 동작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사람을 분류하는 기준도 훨씬 분명해요. 외모는 안 봐요. 경제력, 인간 됨됨이를 가장 중요하게 보더라고요. 재미보다는 깊이가 있어요. 단순한 말 한마디도 상처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거죠.
나중에 게이 특집도 해볼 수 있으려나. 사실 그들도 짝이 필요하잖아요. 좋은 사람 찾고 싶은 마음은 같을 테니까. 황혼 특집은 좀 더 나이를 먹은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이 신청이 안 들어왔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인터넷을 잘 못 하니까."

- (치열하게 짝을 찾는) <짝>을 두고 인간 판 '동물의 왕국'이라고들 하는데 이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규홍 "솔직한 프로그램이라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동물만큼 순수한 게 없고, 동물의 왕국만큼 솔직한 세계도 없잖아요. 근데 솔직한 모습을 담았을 때 껄끄럽고 불편할 때가 있어요. 사실 남녀관계라는 게 굉장히 로맨틱할 때도 있지만 지저분하기도 하잖아요. 그걸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포장하고 미화하는 게 옳은 걸까, 남녀가 짝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본인의 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는 솔직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죠.
일정한 행보를 계속하면 그게 진정성으로 보이잖아요. <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동물의 왕국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꾸준하게 인간의 솔직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 그때 다시 평가해줄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인간도 동물이잖아요. 동물의 짝짓기는 음탕하지 않아요. 인간의 짝짓기는 음탕해도."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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